60년간 함께 일군 재산을 배우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모두 증여했다면, 이는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이혼 사유가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부부 공동의 경제적 기반을 허무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80대 아내 A씨가 90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3남 3녀를 둔 A씨 부부는 60여 년의 혼인 기간 주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했고, 아내 A씨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등 가계에 기여했다. 이렇게 부부가 공동으로 취득하고 유지한 부동산 등 재산은 대부분 남편 B씨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
갈등은 남편 B씨가 부부의 주된 재산인 15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토지 수용보상금 3억 원에 대한 권리를 아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남에게 모두 증여하면서 시작됐다. 아내 A씨는 "평생 함께 일군 재산을 남편이 독단적으로 처분해 부부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남편의 일방적인 재산 증여가 부부간 신뢰를 깼다고 볼 수는 있지만,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 B씨 역시 해당 재산이 자신의 명의로 된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