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맞은 온라인 유통 공룡 쿠팡이 정부 기관의 시정 요구에도 이틀이 넘도록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가 공식적인 통지 방식을 개선하고 유출 사실을 명확히 고지할 것을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어떠한 가시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아 고객 불만과 함께 행정 당국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형국이다. 정보 유출 사태 직후 잠시 늘었던 쿠팡 이용자 수는 결국 하락세로 전환하며 소비자들의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쿠팡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은 크리스마스 할인 행사 및 각종 쿠폰 당첨 소식을 알리는 대형 광고 배너만이 게재된 상태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한 뒤 다음날 홈페이지 첫 화면에 사과문을 게시했으나, 이틀 만에 해당 사과문을 초기 화면에서 제거하고 화면 구석의 작은 영역을 클릭해야만 볼 수 있도록 숨겼다. 이는 고객들의 정보 접근성을 고의로 차단했다는 비판을 낳았다.
이에 개보위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쿠팡에 대한 강력한 시정 명령을 내렸다. 개보위는 쿠팡 측에 홈페이지 초기 화면이나 팝업 등을 활용하여 유출 내용을 명확하게 공지하고, 고객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 요령을 적극적으로 안내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당초 쿠팡이 사용했던 '노출'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모두 '유출'로 명확하게 수정하고, 유출된 항목을 빠짐없이 반영하여 고객들에게 통지하도록 엄중히 명령했다. 송경희 개보위원장은 "유출 사실을 통지하지 않고 있으며, 정보 주체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여 안내하지 않고 있지 않다"며 쿠팡의 미흡한 대응 태도를 질책했다.
개보위의 공개적인 요구와 명령에도 불구하고, 해당 결정이 내려진 지 이틀이 지난 시점까지 쿠팡은 어떠한 조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시정 계획이나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개보위는 쿠팡 측에 오는 10일까지 조치 결과를 제출하도록 통보한 상태로, 기한 내에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행정 처분이나 제재 수위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쿠팡 미국 법인이 국내 사업의 최고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공시한 창업주 김범석 의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책임 회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 당국의 명령 불이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인한 고객 이탈 움직임은 수치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고객들이 자신의 계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접속이 늘어났던 현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태 발생 나흘 뒤인 지난 2일, 쿠팡 이용자 수는 약 1,780만 명을 기록하며 하루 만에 전날 대비 18만 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사태 초기 확인차 접속했던 일시적 행렬이 잦아들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의 본격적인 이용 중단 및 이탈이 시작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극적인 대응 태도가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 하락을 넘어 실제적인 이용자 감소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