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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 발전으로 위협받는 전문직...의사, 변호사, 건축가
입력 2014-06-17 22:07 | 기사 : 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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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이 저임금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이제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직종까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첨단 기술이 법률, 건축, 의학 세 분야 직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짚었다.

지난해 AP통신은 기술이 발전하면 어떤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20개국 이상의 고용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각국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최고경영자(CEO)들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사라지고 있는 직업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저임금 업종이 아니라 오히려 꽤 높은 임금을 받는 화이트칼라 직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가 관리자를 대체하고 있었으며, 여행사, 회계사, 비서 등도 점차 사라져 가는 직종이었다.

경제학자나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전망이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아니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옥스포드 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10~20년 내에 사무직·서비스직 등 현재 직업의 절반 가까이는 사라질 전망이다.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이러한 변화에서 비껴갈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변호사, 건축가, 회계사, 의사 등은 오래 전부터 안정적인 평생 직업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이제 이들 직종조차 사라질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2년 실리콘밸리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한 세대 안에 기술과 장비가 80%의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미래 법률 전문가 리처드 서스킨드 교수는 "현존하는 전문 직종들은 그 하위 분야 직종으로 '해체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그 과정은 과거에 기술 장인들을 컨베이어 벨트가 몰아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일 것"이라고 말하며 "전문직종은 더욱 잘게 쪼개지거나, 핵심 직종만 남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스킨드 교수는 이어 "몇몇 분야에서는 기존 방식을 잘 알며 자문 역할을 담당할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분야들은 표준화·시스템화 되고 온라인 서비스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 분야를 예로 들며 "법률 지식 엔지니어, 법률 기술가, 위험 관리 전문가 등 소프트웨어와 법률 지식이 결합된 새로운 법률 직업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가디언은 법률 직종의 미래에 대해 5년 전 등장한 온라인 법률 서비스 '로켓로이어'를 예로 들었다. 현재 3000만명에 달하는 로켓로이어 가입자들은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온라인 법률 자문 서비스를 받는다.

찰리 무어 로켓로이어 최고경영자(CEO)는 "나는 이 분야가 소프트웨어에 침식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하며 "오히려 법률 산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기술을 통해 현재보다 더 효율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법률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변호사 수를 줄일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법률 서비스 비용이 감소하며 더 많은 고객들이 법률 서비스를 찾게 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며 "더 많은 변호사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축 설계 분야에 있어, 지난 1982년 설립된 오토데스크는 매일 수백만명의 건축가 및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지난 해 이 회사는 2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피트 백스터 오토데스크 부사장은 건축 분야에서 인공 지능을 두려워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자인 작업을 완벽히 합리적으로 자동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 역시 "기술 발전은 우리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평등화'시킬 것"이라고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햇병아리 디자이너들도 자기 집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 글로벌 기업과 다름 없는 작업환경을 접할 수 있어 "지금과는 다른 경쟁지형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

의학 분야의 난제를 해결할만한 뛰어난 연구에 1000만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는 엑스프라이즈(XPRIZE)재단은 최근 새로운 도전과제를 내걸었다. 의료전문가 없이도 15개 이상 질병에 대한 진단이 가능한 휴대용 의료장비를 개발하는 연구다.

피트 디아만디스 재단 회장은 5년 이내에 개발에 성공하는 연구팀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며 "진단에 필요한 수백만건의 데이터를 각종 변수에 맞춰 결과를 내놓는 일은 컴퓨터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과 수술에서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일반화되며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가디언은 전망했다. 실리콘밸리 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다빈치'라는 이름의 수술 시스템을 개발했다. 의사는 세계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다빈치를 조종해 수술할 수 있다.

디아만디스 회장은 "언젠가는 로봇 혼자서 수술을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사람의 역할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사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전세계 발생 질병의 25%를 차지하면서도 의료 담당 인력은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그는 "결국은 경제 문제"라고 말하며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수행하는 의료 서비스 가격이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으로 동등해지거나 더 낮아지지 않는 이상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전에는 각각 구입해야 했던 GPS, 카메라, 음반 대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처럼 의료 분야에서도 같은 과정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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