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다음 달 국내 최고 높이의 샘인 한라산 '백록샘'을 처음으로 민간에 공개한다. 당초 100명 모집에 2천600명이 넘는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려 예약 시스템 오류까지 발생하면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탐방 일정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17일, 원래 7월 12일과 19일 이틀간만 진행할 예정이었던 백록샘 프로그램을 7월 7일부터 24일까지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백록샘 탐방 프로그램은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하는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2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획되었다.
당초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다음 달 12일과 19일 이틀 동안 하루 50명씩 총 100명을 대상으로 백록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신청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폭주하는 접속자로 인해 예약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고, 불과 1분 만에 예약 가능 인원보다 26배나 많은 2천630명이 예약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선착순 100명에 들지 못한 신청자들에게 문자로 예약 취소를 통보했지만, 내부 논의 끝에 예약 확정 문자를 받은 2천630명 전원을 수용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탐방 일정을 늘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백록샘 프로그램은 다음 달 7일부터 24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진행된다. 평일에는 하루 200명(4회, 회당 50명), 토요일에는 하루 50명(1회)이 참가할 수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한라산 윗세오름과 남벽분기점 해발 1천655m에 위치한 백록샘은 그동안 한 번도 민간에 공개된 적이 없었던 만큼, 신청이 취소되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인원이 백록샘을 찾게 되지만, 이번에 공개되는 탐방 구간은 기존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코스에서 10~20m 정도 떨어진 동선이 길지 않은 구간으로 훼손 우려는 적다"고 덧붙였다.
이번 백록샘 탐방 프로그램에서는 백록샘뿐만 아니라 한라산 구상나무 대표목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대표목은 높이 6.5m, 수령은 72년으로 추정된다. 소나무과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는 제주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남부지방 아고산대에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이자 한라산의 깃대종이다. 1920년대 외국에 소개된 후 '크리스마스 트리' 용도로 주목받으며 90종 이상의 개량종이 개발되었지만, 구상나무 고유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이번 백록샘 공개를 통해 한라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멸종위기종 구상나무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