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도심에서 택시기사와 경찰의 긴밀한 공조로 신호를 위반하며 달아난 음주운전자가 붙잡혔다. 택시기사의 예리한 직감과 적극적인 추격, 그리고 경찰과의 실시간 정보 공유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오후 11시 3분쯤 대전 유성구의 한 사거리에서 택시기사 A씨는 차선 변경을 하던 중 뒤따라오던 B씨의 차량이 상향등을 켜고 한참 뒤에 정차하는 것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신호 대기 중 B씨 차량에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으나, B씨는 고개를 떨군 채 눈이 풀려있는 상태였다. A씨는 즉시 음주운전임을 직감하고 경찰에 신고한 뒤 B씨의 차량을 놓치지 않기 위해 추격을 시작했다.
A씨는 B씨 차량을 뒤쫓으며 B씨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경찰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B씨는 순찰차가 다가오자 신호를 무시한 채 편도 5~6차선의 반대 차선을 가로질러 도주하는 등 위험천만한 운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A씨가 약 1.5km를 끈질기게 추격한 끝에 B씨 차량 앞을 가로막아, 경찰이 뒤에서 B씨 차량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B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32%로 확인됐다. B씨는 사건 발생 5일 뒤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택시기사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차선 변경을 했는데 (B씨 차량이) 한참 먼 거리에서 상향등을 깜박이고 한참 뒤 정차해 거기서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 차량) 창문을 두드리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눈이 풀리고 고개도 떨구고 있어서 '이 사람 술을 먹은 것 같다'고 의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전유성경찰서는 음주운전자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택시기사 A씨에게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며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