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대인고등학교에 흉기 난동과 폭발물 설치를 예고하는 글을 수차례 올린 협박범이 경찰의 수사망을 조롱하는 글을 또다시 게시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이 30명 규모의 전담 대응팀까지 꾸려 추적에 나섰지만, 용의자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IP 주소를 숨기며 수사에 혼선을 빚게 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7일 인천소방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전날인 16일 119 안전신고센터 홈페이지에 자신을 "대인고 폭파 사건 작성자"라고 밝힌 인물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나 절대 못 잡죠. VPN 5번 우회하니까 아무것도 못하죠"라며 경찰을 조롱했다. 이어 "4일 동안 수고 많으셨다"며 "전담 대응팀이니 뭐니 하는 것을 보면서 웃었다"는 내용을 남겨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여유를 부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해당 용의자의 협박은 지난 13일부터 시작됐다. 그는 119 안전신고센터에 대인고에서 칼부림을 하고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처음 게시했다. 이튿날인 14일 오전 7시 58분께에는 "어제 예고한 것이 알려져서 못 죽였다"며 "오늘 마침 모의고사 날이고 어제 경찰이 떴으니 오늘은 예고해도 안 올 것 같아서 다시 예고한다"는 대담한 내용의 글을 추가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그는 흉기를 구매했고 10명의 공범도 확보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반복되는 테러 위협에 대인고는 결국 17일 하루 동안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으며,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협박 글이 올라올 때마다 즉시 현장에 출동해 학교 출입을 통제하고 폭발물 탐지 작업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수색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허위 협박이라 할지라도 대규모 경찰력과 소방 인력이 동원되면서 막대한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수사 인력 30명으로 구성된 전담 대응팀을 편성하고 용의자 추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용의자가 여러 국가의 서버를 거치는 VPN을 사용해 자신의 인터넷 주소(IP)를 철저히 숨기고 있어 신원 특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사 기법을 동원해 용의자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며 "반드시 검거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