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가 우수건축자산 등록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 심의 기준을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세종시는 29일 "우수건축자산 등록 심의 기준"을 제정·고시하고, 앞으로 지역 건축자산 발굴과 등록 절차에 이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우수건축자산은 건축물 자체의 역사적·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지역 경관과 생활문화, 도시 정체성에 기여한 정도를 따져 등록하는 제도다. 그동안 등록은 소유자의 신청을 받아 건축위원회 심의에 올린 뒤, 위원 과반이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이뤄졌다. 그러나 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심의 과정에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세종시는 이번 기준 제정을 통해 등록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세종의 도시 특성을 반영한 평가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기준은 공통가치 평가와 특화가점으로 구성됐다. 공통가치 평가는 역사적 가치, 경관적 가치, 예술적 가치, 사회문화적 가치 등 4개 항목이며 각 항목당 20점씩 배정됐다.
특화가점은 지역성, 상징성, 활용성, 공공성 등 4개 항목이다. 각 항목은 5점씩 부여된다. 세종시는 특히 조치원읍 등 원도심의 정체성과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 이후 신도심의 변화 과정을 함께 반영하기 위해 지역성과 상징성을 가점 항목에 포함했다.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도시 성장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살피겠다는 취지다.
시는 각 평가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 총점 80점 이상을 받은 건축자산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올해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뿐 아니라 예술성이 높은 건축 수상작, 도시브랜드 형성에 기여한 상징적 건축자산 등을 중점 발굴한다. 전문가 자문과 온라인 선호도 조사 등 시민 의견 수렴 절차도 함께 진행해 최종 2곳 이상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한다는 목표다.
이번 기준 제정은 세종시가 가진 이중적 도시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세종은 조치원 일대의 원도심 역사와 행정수도 건설 과정에서 형성된 신도심 건축물이 공존하는 도시다. 원도심 건축물은 지역 생활사와 공동체의 흔적을 담고 있고, 신도심 건축물은 국가 행정 기능 이전과 계획도시 조성의 흐름을 보여준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건축자산의 성격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평가보다 세종형 기준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세종시에 등록·관리 중인 우수건축자산은 조치원 문화정원, 조치원 1927아트센터, 장욱진 생가 등 3곳이다. 이들 공간은 지역 역사와 문화, 예술적 의미를 함께 지닌 건축자산으로 평가돼 지난해 등록됐다. 시는 이번 심의 기준을 바탕으로 기존 등록 자산의 관리 체계도 보완하고, 새 자산 발굴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박병배 세종시 건축과장은 "이번 기준 제정은 세종의 우수건축자산 가치를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으로 정립하는 첫걸음"이라며 "심의 기준 제정을 계기로 활발한 우수건축자산 발굴과 등록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건축자산 등록은 보존과 활용이 함께 가야 하는 행정 절차다. 등록만으로 공간의 가치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시민 접근성과 활용 방안, 주변 지역과의 연계가 뒤따라야 한다. 세종시가 전국 최초로 마련한 심의 기준이 실제 건축자산 발굴과 도시 정체성 보존으로 이어질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