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결코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 50개 주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Direct Access 제도를 도입해 환자가 의사의 진단서 없이도 물리치료사를 직접 찾아가 평가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북유럽 국가들 또한 물리치료사를 1차 접점 의료 전문가로 인정하며, 재활치료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구조는 국가 의료비 절감과 치료 효율 개선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실현해 왔다. 세계물리치료사연맹(WCPT)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만이 여전히 물리치료사의 개업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제 기준과의 괴리를 명확히 드러낸다.
반대 측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원외 물리치료 허용이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기적 비용만 바라본 왜곡된 시각이다. 현실에서는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된 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재활치료는 지출이 아니라 장기적 비용을 줄이는 ‘투자’에 가깝다. 조기 개입을 통해 기능 회복이 이뤄지면 입원율이 낮아지고, 낙상 및 합병증이 줄어들며, 이는 국가 전체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효과는 이미 해외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수십 년간 검증되어 왔다.
또한 개정안은 물리치료사에게 무제한적 독립권을 부여하는 법이 아니다. 모든 원외 활동은 의사의 처방 또는 의뢰가 전제로 유지되며, 환자 진단 권한 역시 의사에게 명확히 남아 있다. 즉, 의료적 판단 권한 체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각 직역의 전문성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다. 반대 논리에서 주장하는 ‘통제 불가 확대’는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번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단순한 직역 갈등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의료체계가 병원 중심 구조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환자 중심·전문성 중심의 선진국형 분업 체계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물리치료사가 지역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는 초고령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의료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한 법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 의료체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필연적인 변화다. 물리치료사의 전문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은 결국 국민 전체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주는 선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