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장 초반부터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약 7개월 만에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Sidecar)가 발동되는 등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미국발 인공지능(AI) 관련 고평가 우려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겹치면서 코스피 지수는 장중 4% 넘게 폭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4000선마저 무너졌다.
5일 오전 9시 50분경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이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되는 조치다. 사이드카가 발동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의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은 5분간 일시 정지되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4월 7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4100선이 무너지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틀 연속 대규모 '팔자'에 나서면서 낙폭을 키웠다. 오전 9시 5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 이상 폭락한 3950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코스닥 지수 역시 동반 급락하며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번 증시 급락의 주요 배경은 미국 시장에서 촉발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과 이에 따른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이다.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의 주요 기술주들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을 위한 외국인 매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출회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삼성전자 등 대형 기술주들이 5% 가까이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사이드카 발동은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현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일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시장의 과열 또는 공포 심리에 따른 급락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코스피가 4000선 아래로 내려가고 사이드카까지 발동된 것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불안 심리가 매우 높아졌음을 방증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식 시장의 급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은 장중 한때 1450원선에 근접하며 외환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 우려와 맞물려 국내 금융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기술주의 동향과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 가능성보다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AI 기술주 조정이라는 구조적인 위험 요인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