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으로 나서는 부모님의 마음은 한결 같다. ‘오늘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일까?’ 최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슈퍼푸드((건강에 매우 좋은 영양소를 갖췄다고 알려진 비특정 식품군 지칭)가 각광받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사무총장 최한용)의 김판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천여 종이 넘는 식품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슈퍼푸드를 선별하고 이가 지닐 영양학적 조건을 규명하였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과학기술진흥기금과 복권기금)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센터의 김판준 신진연구그룹은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복잡계 물리학 이론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영양만족도가 높은 조합을 구성하였고 이를 통해 20대 미국 표준 남성 기준 영양 상태에 좋은 식품 순위를 체계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순위를 매길 때 필요한 영양 적합 지수(Nutritional Fitness)라는 척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하였으며, 미국 일리노이대 식품과학 및 인체영양학과의 진용수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국제적인 과학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현지 시간으로 13일자로 게재되었다.
*영양 적합 지수: 영양 만족도를 최적화시키는 가상의 식품 조합들을 대량으로 찾아서 각 식품의 기여도를 수치화한 것. 이때 영양 유사성이 높은 식품들 사이의 관계망을 복잡계 이론으로 구성하여 활용하였으며, 보통 영양 적합 지수가 높은 식품은 우리 몸에 필요하지만 다른 식품들은 부족한 필수 영양소가 다량 포함됨. 예를 들어, 아몬드에 들어있는 리놀레산과 콜린 등이 대표적임.
논문링크 - http://dx.doi.org/10.1371/journal.pone.0118697
보다 객관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서 필수 영양소를 고려해 네 가지로 각 식품을 분류하여 영양 적합 지수를 확인하였는데 첫 번째로 단백질이 많은 식품군에서는 <1위: 대서양 바다 농어, 2위: 넙치, 3위: 도미> 등 생선류가 순위에 올랐으며 두 번째 지방이 많은 식품군에서는 <1위: 아몬드, 2위: 치아씨, 3위: 호박씨>로 견과류와 씨앗류가 몸에 잘 맞는 식품으로 꼽혔고, 세 번째인 탄수화물이 많은 식품군에서는 <1위: 체리모야, 2위: 귤, 3위: 완두>, 네 번째로 무기질이 많은 식품군에선 <1위: 근대, 2위: 비트잎, 3위: 파슬리>가 순위에 올랐다.
논문 제 1저자로서 연구를 주도한 김승현 연구원은 “미국 자료에 기반한 연구를 하였지만,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분석을 하는 것은 자료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최근 널리 사용되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방대하고 복잡한 자료의 질서를 찾기 위해 복잡계(Complex System) 물리학의 방법론을 활용함을 밝혔다.
*복잡계 물리학: 수많은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는 시스템(복잡계)을 분석하는 물리학 이론으로, 다양한 생체분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생명체와 복잡하고 거대한 인간사회 시스템 등이 복잡계의 대표적인 예가 됨.
그동안 식품의 영양학적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져 왔지만 대규모의 식품 영양 데이터를 복잡계 이론을 통해 정량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사례는 세계에서 최초이다. 복잡계 물리학에서 쓰이는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적용한 결과, 식품 간의 영양 관계가 마치 사람들 사이의 사회연결망처럼 식품들 사이에서도 촘촘하고 질서 있게 발견되었고 이를 통해 식품 사이의 관계망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연구진을 이끈 김판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식품의 영양이라는, 인류의 삶의 질 개선과 밀접한 주제에 기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하였고, 진용수 교수는 “전통적 식품 연구의 틀을 뛰어넘어,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