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F DNA’를 펴냈다.
전작 ‘S DNA’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새와 같이 자아를 깨우치는 고통의 과정을 그렸던 저자가 더 안정된 내면을 그린 F DNA로 돌아왔다.
시집에서는 삶을 살아오며 겪었던 고통과 그 고통에서 해방돼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현재의 생활이 주로 그려진다. 우리가 단지 자연현상일 뿐인 비를 귀찮아하는 것은 일상에 매몰돼 자연과 멀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비를 맞기 시작한다. 비는 더는 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비를 맞아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고, 서둘러 가야 하는 곳도 없다. 그동안 바쁜 일정에 쫓기던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듯 한껏 맞는 비는 시원하게 마음을 씻겨준다. 비를 흠뻑 맞는 화자의 모습에서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 홀가분함과 평화로움이 물씬 느껴진다.
저자의 성숙과 안정은 화자의 내면 외에도 아들과 동물과 같이 저자가 애틋하게 여기는 다른 존재들을 많이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느껴진다. ‘8월의 아침 산책’, ‘산책 후…’는 길고양이에 대한 저자의 애정, ‘사람들은 왜 도구를 만들었을까?’, ‘축구 선수가 되지 못한 아이 달래기’는 아들과의 에피소드가 마치 동화같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작품들이다.
알을 깨고 나온 새는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간다. 저자도 내면의 고통과 고뇌를 딛고 일어나서 한층 성숙해지고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를 보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하는 말처럼 넉넉함이 느껴지는 이 시집을 통해 일상의 각박함에서 잠시 벗어나 한숨 돌리며,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 보길 바란다.
커서는 비는 맞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고는 바빠서 비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요즈음엔 비 맞는 날이 많아졌다
그동안 피하고 잊었던 비를 전부 맞았고
비우고 싶은 기억들을 제법 흘려보냈다
-‘비 맞은 기억들’ 중
F DNA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서울 : 좋은땅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