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를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단순히 골 기록을 넘어, 자신의 해트트릭 기회를 동료에게 양보하는 이타적인 모습까지 보여주며 경기장 안팎에서 진정한 리더의 품격을 증명했다. 그의 발끝에서 팀의 승리와 동료를 향한 존중이 함께 피어났다.
LAFC는 2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2025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LAFC는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서부 컨퍼런스 4위(15승 8무 7패, 승점 53)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LAFC는 전반 15분, 리그 득점 선두 경쟁 중인 데니스 부안가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분위기를 주도하던 LAFC의 공격을 마무리한 것은 손흥민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빠른 속도로 상대 진영을 돌파했다.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특유의 헛다리 개인기로 균열을 만든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15분에는 다시 한번 빛났다. 중원에서 영리한 탈압박으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 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동료의 패스를 받았다. 무려 6명의 수비수가 밀집한 혼전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후반 23분에 나왔다. LAFC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쐐기골 기회를 잡은 것이다. 모든 관심은 키커에게 쏠렸다. 멀티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이 나선다면 MLS 진출 이후 첫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반면, 팀 동료 부안가는 리오넬 메시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어 한 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순간의 정적이 흐른 가운데, 손흥민은 주저 없이 동료를 선택했다. 그는 페널티킥이 선언되자마자 공을 향해 달려가는 대신, 심판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부안가에게 기회를 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부안가가 공을 들고 키커로 나설 준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손흥민의 선택은 명확해졌다. 비록 이후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판정이 번복되어 페널티킥 자체가 무산되었지만, 자신의 기록 달성이라는 욕심보다 팀과 동료의 더 큰 목표를 우선시한 그의 이타적인 정신은 축구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2골을 추가한 손흥민은 리그 4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MLS 데뷔 후 8경기에서 8골 3도움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의 발끝이 단순한 득점포를 넘어 팀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