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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연천 구석기축제…굽고 달리는 구석기 가족들
입력 2026-05-03 17:48 | 기사 :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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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오전 경기 연천군 전곡리 유적지 입구는 궂은 날씨에도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쓴 방문객들로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청량리역에서 전곡역으로 이어지는 관광열차와 수도권 각지에서 도착한 전용 버스는 승객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아이들의 손에는 구석기 시대를 상징하는 돌도끼와 창 모형의 장난감이 들려 있었고 행사장 곳곳은 30만 년 전 선사시대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대기 시스템 도입이다.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큐알(QR)코드 안내판 앞에는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찍어 예약을 마치는 관람객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인기 프로그램마다 수십 분씩 줄을 서야 했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스마트 줄서기 시스템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아이와 함께 방문한 김 모 씨는 예약한 뒤 다른 전시를 둘러볼 수 있어 효율적이라며 아이를 동반한 입장에서 이동이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행사장 중앙 체험존에서는 구석기 올림픽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매머드 사냥을 재현한 줄다리기 줄을 잡고 구호를 외치며 온몸을 실어 당겼고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는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화살이 과녁의 중심에 꽂힐 때마다 주변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연천군 관계자는 관람객이 단순히 구경하는 것을 넘어 직접 구석기인이 되어보는 참여형 콘텐츠가 이번 축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행사장 전체에 숯불 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구석기 바비큐가 진행되는 대형 화덕 주변에는 고기를 직접 구우려는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이들은 큼직한 고기가 불 위에서 익어가는 과정을 신기한 듯 지켜봤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사진기에 담느라 손을 바삐 움직였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구석기인의 생존 방식을 먹거리 콘텐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오후 1시 주무대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전곡리안 서바이벌 경기는 축제의 열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특수 제작된 쌍코뿔이 모형을 가족이 한 팀이 되어 밀고 달리는 레이스에서 참가자들은 진흙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했다. 승패를 떠나 가족이 함께 땀 흘리는 경험 자체가 축제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경기에 참여한 한 아버지는 아이와 함께 뛰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제적인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세계 각국의 선사문화 기관이 참여한 세계구석기 체험마당에서는 각 나라의 독특한 석기 제작 방식과 선사 예술을 접하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역 축제의 범위를 넘어 전 세계 선사문화를 잇는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는 연천군이 추진 중인 2029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 유치와도 맞닿아 있다.

축제의 영향은 행사장 밖 상권으로도 이어졌다. 전곡역 인근 식당과 전곡전통시장은 점심시간 내내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식당마다 대기 줄이 형성됐고 카페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가득 찼다. 지역 상인들은 축제 기간 유동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1978년 주한 미군 그레그 보웬이 주먹도끼를 발견하며 세계적인 고고학 유적지로 부상했다. 30만 년 전 동아시아의 구석기 문화를 입증한 역사적 장소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연천군은 1993년부터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인구 4만 명의 소도시가 세계적인 엑스포를 유치하고 대규모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교통 및 숙박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축제는 기술과 전통의 조화를 통해 관람객 만족도를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접경 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비 예보 등 기상 변수에 따른 전천후 대응 체계를 더욱 정교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천군이 목표로 하는 세계 구석기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는 대규모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상설 숙박 인프라 확충과 연계 교통망 개선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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