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ㆍ연예 라이프ㆍ문화 오피니언ㆍ칼럼 의료
사설) 전국 경찰서에 ‘외부 법률가 중심 수사심사관’ 배치…경찰 수사, 이제는 공정성으로 증명해야 한다
입력 2026-08-27 09:08 | 기사 : 이명기 논설위원 (대기자)
카카오톡


전국 경찰서에 외부 법률가를 중심으로 한 수사심사관을 배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직책 하나를 만드는 행정 개편으로 바라볼 일이 아니다. 수사의 시작과 끝에서 국민이 가장 간절하게 요구해 온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묻는 제도적 변화여야 한다.

그 답은 어렵지 않다.

공정한 수사다.

경찰 수사권이 확대될수록 경찰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더 엄격해진다.

“우리는 국민에게 더 큰 권한을 요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보다 먼저,

“우리는 그 권한을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행사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경찰은 오랜 시간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범죄와 싸워 왔다. 밤거리의 순찰에서부터 가정폭력, 실종, 교통사고, 강력범죄, 경제범죄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국가기관이 경찰인 경우가 많다.

경찰관들의 헌신과 희생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경찰에 요구하는 것은 헌신만이 아니다.

절차의 공정성, 판단의 객관성, 수사의 전문성, 그리고 권한에 대한 책임이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통제 장치는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그것은 경찰을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경찰 조직을 국민이 더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수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수사관의 판단 하나는 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입건할 것인지, 불송치할 것인지, 사건을 어떤 혐의로 볼 것인지, 어떤 증거를 확보할 것인지, 피해자의 진술을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 피의자의 방어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수사 기록에 적히는 문장 하나와 증거에 대한 판단 하나가 이후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수사는 단순한 행정업무가 아니다.

사람의 명예와 재산, 자유와 가족, 때로는 남은 인생 전체가 걸린 국가작용이다.

억울한 피해자의 사건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는다면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반대로 충분한 증거도 없이 한 사람이 범죄자로 취급된다면 그것 역시 돌이킬 수 없는 국가폭력이 될 수 있다.

결국 수사기관이 지켜야 할 원칙은 하나다.

죄가 있는 사람은 책임을 지게 하고, 죄가 없는 사람은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일이 현실에서는 가장 어렵다.

그래서 수사에는 견제가 필요하다.

‘내부 판단’만으로는 국민의 의심을 모두 해소하기 어렵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 과정과 결과를 심사하기 위한 여러 내부 통제 장치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는 달라지고 있다.

아무리 내부적으로 엄정하게 심사한다고 해도 같은 조직 안에서 수사하고 같은 조직 안에서 그 수사를 평가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과연 충분히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한가.”

이 질문에 경찰은 감정적으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국가기관을 의심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역시 국가기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외부 법률가 중심의 수사심사관 제도는 의미 있는 방향이 될 수 있다.

변호사 등 외부 법률 전문가가 사건의 법리와 증거, 수사 절차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걸러낼 수 있다면 수사 품질은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복잡한 경제범죄, 의료·금융·부동산 범죄, 명예훼손, 성범죄, 사이버범죄 등 법률적 판단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이러한 외부 전문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간판이 아니다.

실질적인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외부 법률가를 앉혀 놓고도 경찰 지휘라인의 의견을 그대로 추인하는 구조라면 국민이 기대하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수사심사관에게 충분한 기록 접근권과 의견 제시권이 있어야 하며, 수사팀과 다른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의견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도 투명하게 남겨야 한다.

그래야 제도가 살아 움직인다.

수사심사관은 경찰을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찰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선 경찰관 가운데서는 새로운 심사 제도가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수사관 입장에서 자신의 수사가 반복적으로 검토되고 지적받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독립적인 수사심사는 경찰관을 옥죄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경찰관 스스로를 보호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수사의 적법성과 증거관계가 외부 전문가에 의해 다시 한번 검증됐다면 이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사관 개인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상황도 줄어들 수 있다.

경찰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문화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다.

“우리가 했으니 맞다.”

“기존 수사관이 판단했으니 그대로 간다.”

이런 조직 논리가 반복되면 작은 오류가 큰 injustice—부당함—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판단을 다른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검증받는 조직은 강해진다.

의사는 어려운 질환에 대해 협진을 한다.

기업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감사받는다.

법원의 판단에도 항소와 상고 제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경찰 수사 역시 충분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피해자도 피의자도 수사의 공정성을 믿어야 한다

수사제도 개혁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원칙이 있다.

수사심사 제도는 어느 한쪽만을 위한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외면해서도 안 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실제 사건 현장에서 국민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자신의 말이 제대로 기록됐는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왜 내 증거를 조사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피의자는 “왜 내 반대 증거는 검토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고소인은 “왜 불송치했느냐”고 묻고, 피고소인은 “왜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결국 양쪽 모두가 요구하는 것은 같은 것이다.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국민은 반드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어떤 증거를 검토했고, 어떤 법리에 따라 판단했으며, 자신의 주장이 왜 받아들여졌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국민이 결과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과정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법치국가다.

수사심사관이 ‘불송치 도장 찍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제도를 도입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형식적 심사다.

사건이 밀려 있으니 기록 몇 장을 보고 결재하듯 판단하거나, 수사관의 의견을 사실상 그대로 인정하는 절차가 된다면 제도를 만들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수사심사관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최소한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중요한 사건에서는 핵심 증거와 수사기록을 직접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CCTV·녹취·계좌자료·디지털 증거 등 객관적 자료와 당사자 진술이 충돌할 경우 객관적 증거를 우선해 판단하는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넷째, 심사 과정에서 수사 미진이 확인되면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수사심사관의 의견과 최종 처분이 달라질 경우 그 이유가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여섯째, 제도의 성과 역시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수사심사관이 몇 건을 심사했고, 몇 건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며, 몇 건의 판단이 변경됐는지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도가 보여주기식 개혁인지 실제 개혁인지 판단할 수 있다.

경찰개혁의 출발은 결국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개혁은 완성되지 않는다.

수사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사기법만이 아니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다.

고소인의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피해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피고소인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니다.

기자든, 공무원이든, 기업인이든, 노동자든, 노인이든, 청년이든, 사회적 지위가 어떻든 수사기관 앞에서는 똑같은 국민이어야 한다.

경찰관의 개인적 선입견이나 감정이 수사에 개입해서도 안 된다.

수사는 편을 드는 일이 아니다.

사실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사실은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증거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수사관은 진술보다 증거를 보고, 감정보다 기록을 보고, 조직의 체면보다 법을 봐야 한다.

외부 수사심사관 제도가 이러한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경찰의 권한이 커질수록 국민의 감시는 더 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는 큰 변화를 겪어 왔다.

검찰과 경찰의 역할이 재조정되고 경찰의 수사 책임 역시 커지고 있다.

이제 경찰은 단순히 검찰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조사하는 기관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을 지는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권한이 커지는 것은 곧 책임이 커진다는 의미다.

경찰이 국민에게 “우리에게 권한을 달라”고 말한다면 국민은 경찰에게 물을 권리가 있다.

“그 권한을 누가 감시합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경찰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들이며 잘못된 수사는 신속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경찰의 수사권 확대에 대한 국민적 불안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권한만 확대하고 견제는 약해진다면 그 결과는 경찰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에 대한 신뢰는 권한의 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통제받을 줄 아는 권력에서 나온다.

단 한 명의 억울한 국민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수사기관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을 처리한다.

경찰에게는 수천 건 가운데 하나의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건의 당사자에게는 평생 단 한 번 겪는 사건일 수 있다.

수사관에게는 서류 한 묶음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족이고, 직장이고, 명예이며, 남은 인생이다.

그래서 국가기관이 국민의 사건을 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말은 이것이다.

“이 정도 사건은 흔하다.”

국민에게 억울한 사건은 결코 흔한 사건이 아니다.

한 사람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일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수사심사관 제도를 도입한다면 정부와 경찰은 바로 이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통계를 위한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개편을 보여주기 위한 제도가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단 한 명의 억울한 국민이라도 줄이기 위한 제도여야 한다.

그 마음이 없다면 어떤 개혁도 오래가지 못한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경찰을 만드는 길

좋은 경찰은 사건을 많이 처리하는 경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억울한 국민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경찰.

객관적 증거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경찰.

잘못된 판단이 확인되면 조직의 체면보다 국민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는 경찰.

힘없는 피해자에게는 국가의 힘이 되어주고, 억울한 피의자에게는 법이 정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경찰.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경찰의 모습이다.


전국 경찰서에 외부 법률가 중심의 수사심사관을 배치하려는 시도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제도의 성공 여부는 명칭이나 인원 숫자에 달려 있지 않다.

얼마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는가.

수사 오류를 얼마나 과감하게 바로잡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억울함을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다.

경찰은 국민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검찰도, 법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이다.

그 권한의 최종 주인은 국민이다.

따라서 수사의 기준 또한 조직의 편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

수사권이 강해질수록 책임은 무거워져야 한다.
권한이 커질수록 견제는 촘촘해져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힘이 강해질수록 억울한 국민의 목소리는 더 세심하게 들어야 한다.

외부 법률가 중심 수사심사관 제도가 대한민국 경찰 수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경찰이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못을 감추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발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가장 빠른 방법 역시 권한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 앞에서 당당한 수사기관으로 다시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권력이 아니다.

더 투명한 절차이고, 더 치밀한 검증이며, 더 무거운 책임이다.

그리고 그 모든 개혁의 마지막에는 결국 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경찰서를 찾은 한 명의 국민이다.

그 한 사람의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하지 않는 경찰.

그것이 진정한 수사개혁이며, 국민이 바라는 경찰개혁의 완성이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한국미디어일보




   
 
신문사 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기사제보
한국미디어일보 / 등록번호 : 서울,아02928 / 등록일자 : 2013년12월16일 / 제호 : 한국미디어일보 / 발행인 ·  대표 : 백소영, 편집국장 :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편집인 : 백승판  / 발행소(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99, 4층 402호 / 전화번호 : 1566-7187   FAX : 02-6499-7187 / 발행일자 : 2013년 12월 16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소영 / (경기도ㆍ인천)지국, (충청ㆍ세종ㆍ대전)지국, (전라도ㆍ광주)지국, (경상도ㆍ부산ㆍ울산)지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지국 / 이명기 전국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