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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효자와 효녀,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
부부 자율성이 효라는 핑계로 훼손되지 말아야
기사입력 2015-03-26 19:50 | 최종수정 03-28 10:11(편집국) | 기사 : 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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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에 종사하는 정씨(33세, 여)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공씨(36세, 남)와 결혼을 했다. 평소 정씨는 누가 뭐라 해도 효녀였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도 잘하고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았다. 대학도 한 번에 원하는 데 입학했다. 정씨의 아버지는 그런 딸이 늘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해 준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정씨는 딸과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다.

문제는 결혼할 때 불거졌다. 정씨의 아버지는 딸 결혼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혼식을 전후한 문제는 물론이고 신혼 생활에도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정씨의 아버지는 우연히 공씨가 부부관계에 약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씨의 아버지는 딸 정씨와 사위 공씨를 불렀다. 공씨는 처가에서 장인·장모는 물론 처형들까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부부관계에 대한 문제가 공공연히 논의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특히 장인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정씨는 독립적이고 사리분별을 할 줄 알지만, 아버지한테 싫은 소리를 하기는 부담스러워 아버지 뜻을 따랐다.

과거에는 며느리가 시집살이하는 경우가 많았고, 시집살이는 아니더라도 시부모 특히 시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시부모뿐만 아니라 장인 장모의 영향력이 늘어났다. 아들 딸 차별을 하지 않은 세대일 뿐만 아니라 육아 등 친정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정이나 처가와 밀접하게 지내고 그러다 보니 갈등의 여지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처가와 사위의 갈등도 장모와 사위 사이 갈등이 많지만, 장인과 사위 갈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딸을 끔찍하게 여기는 장인일수록 간섭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딸이 친정아버지에게 순종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혼 전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결혼을 한 남자 중에는 벼락 효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하지 않던 부모에 대한 효도를 아내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부모를 신성시하다시피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조사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손 아무개 씨는 “남자든 여자든 효자나 효녀라면 이혼율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씨는 “남편이든 아내든 자신의 부모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 침묵하거나 오히려 상대방 배우자를 탓하는 경우에는 다른 이혼사유보다 회복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부싸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안 간 분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의 문제는 부부간 애정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집안싸움으로 번지면 상황이 복잡해져서 쉽게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곡동에서 부부 상담을 하는 양 모씨는 “부부간 문제에 시댁이나 처가 식구들이 개입되면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이 확대되어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폭력 등 단순히 부부 문제라고 내버려둘 문제가 아닌 한 될 수 있으면 시부모나 장인·장모는 부부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가 강조했다.

효자나 효녀는 칭송받을 일이지만, 부부갈등을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이혼에까지 이른다면 진정한 효자나 효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혼인한 자녀를 둔 부모도 아들과 딸이 효자나 효녀가 아닌 독립적인 부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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