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전국의 산업 거점과 연결하고 "5극 3특" 체제를 중심으로 지역별 전략산업과 기업 투자를 집중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균형발전은 선택이나 시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는 동안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주거·교통·환경 부담을 낮추고 지방에는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 성장 구조 자체를 다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 것은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다.
반도체 생산·연구 거점을 지역으로 확대하고 피지컬 AI와 로봇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전국 주요 권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첨단산업 기반을 수도권 밖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들 사업을 개별 산업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별 전략산업과 연결하기로 했다.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를 지역의 기존 산업 기반과 결합해 기업과 협력업체, 연구기관, 전문인력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산업 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토 공간구조도 "5극 3특"을 중심으로 재편한다.
5극은 수도권과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을 뜻한다. 여기에 강원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를 포함한 3특 체제를 결합한다.
정부는 행정구역별로 사업을 나누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시도가 산업과 교통, 생활권을 공유하는 초광역 경제권을 구축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권역별 성장엔진도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 각 지역이 이미 확보한 산업 기반과 기업 투자계획, 연구개발 역량 등을 토대로 3∼4개의 전략산업을 정하고 재정과 세제, 인프라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지방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지역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와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대규모 지방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별도 지원책을 마련한다. 첨단산업 시설이 실제 지역에 들어서도록 전력과 용수, 교통망 등 기반시설 구축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과 일자리만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주 여건을 함께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업이 지방에 투자하더라도 전문인력과 가족이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거와 교육, 의료·복지 등 생활 기반을 산업정책과 연계해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방식도 달라진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주민의 삶과 국가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놓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별 사업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방식보다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민선 9기 중앙·지방 협력방안과 지방주도 성장 추진방안, 3대 메가프로젝트 연계 권역별 성장엔진 육성방안, 지방균형성장을 위한 재정투자 방향 등이 논의됐다.
균형발전 정책의 관건은 계획에 포함된 첨단산업 투자가 실제 지역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느냐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대규모 전력과 용수, 교통망뿐 아니라 전문인력과 연구기관, 협력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수도권에 이미 형성된 산업 생태계를 지역으로 확장하려면 기업의 투자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전문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교육과 의료, 주거 환경까지 갖춰야 한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와 권역별 전략산업, 5극 3특을 하나의 정책 축으로 묶으면서 균형발전 정책은 산업 배치와 기업 투자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국가 재정과 기반시설 투자가 지역별 성장엔진에 어떻게 배분되고 실제 기업 투자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지가 정책의 성과를 가를 쟁점이다.
강민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