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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시작
기사입력 2014-04-14 08:05 | 최종수정 08-08 17:20(편집국) | 기사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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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기의 시작.


2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박군이 날 찾아왔다. 성우공부를 한지는 1년남짓 되었다고 했다. 1년간 공부했지만 그리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 끝에 나의 레슨실을 찾아온 그는 차분해보이는 이미지였다. 나는 그의 실력이 어떤지 테스트해보기 위해 간단한 단문 두 개를 주었다.

하나는 누군가에게 화가나서 화를 내는 감정이 담긴 장면이고, 또다른 하나는 잘못을 저지른 남편이 아내에게 잘못을 비는 장면을 연기해야하는 단문이었다. 그는 충분히 단문을 읽어보고 스튜디오에서 연기했다. 그의 연기를 모두 함께 들어보자.


연기 1. (오디오)

연기 2. (오디오)


자, 그의 연기가 어떠한가? 이정도면 비교적 잘한 편인가? 아니면 영 못하는것인가? 판단이 잘 안서면, 이번에는 TV 드라마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다시한번 들어보자. 드라마속의 한 남자의 모습을 내 눈앞에 상상해 보라. 그리고 그의 대사라고 생각하며 들어보자.

자, 어떻게 들리는가? 자연스러운가? 부자연스럽게 들릴것이다. 화면속의 남자가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마치 대본을 보고 읽듯이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들릴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정확한 발음, 좋은 소리, 풍부한 감정등은 모두 다음 얘기다. 자연스럽지 않고서는 연기 자체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연기공부의 1단계이다. 1단계가 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다음 2,3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1단계를 건너뛰고 연기공부를 하는 많은 이들은 결국 연기가 나아지지 않아, 다시 1단계부터 시작해야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연기를 끝낸 박군과 나는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내가 물었다.

“성우가 되고 싶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계기는.. 어렸을때부터 좀 하고 싶었는데요, 솔직히 27살때까지는 하고싶었던 마음을 잊고있었어요. 되는게..무슨 특별한 이런 교육과정(?) 이런게 필요한줄 알고 되게 그냥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는데요, 일하다가, 제가 성우분 성함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어느 성우분이 하는걸 보고서, 그냥 인터넷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까, 딱히 특별한 교육과정이 아니고 본인의 노력에 의하면 할 수 있다고해서 그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자, 그의 인터뷰 내용을 소리로 함께 들어보자.


인터뷰.(오디오)


자, 박군의 인터뷰를 들어봤는가? 만약 이 인터뷰가 인터뷰가 아니고, 드라마의 한 장면속에 나온 한 남자의 연기라면 어떠한가? 드라마 속에서 한 남자가 누군가와 상담을 하는 장면이라고 상상해보라. 그가 성우가 되고 싶었던 계기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라고 상상해보라. 이배우의 연기는 어떠한가? 굉장히 자연스럽지 않은가? 마치 연기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 하는 대사같지 않은가? 이것은 절대로 연기 같지 않다. 실제 같다. 리얼한 연기.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진짜 연기가 아닌 실제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본을 들고 말해야 한다. 실제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연기의 1단계. 첫 시작은 이렇게 글로 써 있는 대본을 들고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말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연기하는 것 같지 않게, 진짜로 말하는 것 처럼 연기하기. 그것이 연기공부의 1단계이며,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이 1단계를 마스터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2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1단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다음 단계를 하는 것은 마치 허공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그 집이 아무리 훌륭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진짜로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그 훈련을 위해서 나는 금방 녹음한 인터뷰내용을 글로 쓰고, 이 글을 보면서 다시 똑같이 말하는 연습을 시켰다. 다시말하면 자기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자기말 모사를 시킨것이다. 그의 인터뷰 모사를 들어보자.


인터뷰 모사 (오디오)


이것은 글로 쓰여있는 것을 보며 그가 연기한 것이다. 어떤가? 감쪽같이 실제처럼 들리지 않은가? 이것은 실제가 아니지만 마치 실제와 흡사하게 들린다. 바로 자연스런 연기란 이런것이다. 자기말 모사와 같은것이다. 박군은 비로소 연기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문을 열고 한발을 내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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