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수출 증가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최상위 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초호황이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수출 회복의 온기가 일부 기업에 쏠리면서 기업 규모와 산업별 격차가 커지는 흐름도 함께 드러났다.
24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수출액은 219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위 5대 기업의 수출액은 957억 달러로 전체의 43.5%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상위 5대 기업 비중 28.7%와 비교하면 1년 만에 14.8%포인트 높아졌다.
수출 증가분도 최상위 기업에 집중됐다. 올해 1분기 상위 5대 기업의 수출 증가액은 500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액 603억 달러의 82.8%에 해당한다. 전체 수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증가분 대부분이 소수 대기업에서 나온 셈이다.
상위 기업군 안에서도 쏠림은 뚜렷했다. 1분기 수출 상위 10대 기업의 전체 수출액은 1102억 달러로, 지난해 1분기 상위 100대 기업 전체 수출액 1057억 달러를 넘어섰다. 상위 10대 기업의 수출액 가운데 86.8%는 최상위 5개 기업에서 발생했다.
반면 상위 5대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수출 회복세는 제한적이었다. 6위부터 100위까지 기업의 수출 증가분은 58억 달러로, 전체 수출 증가분의 9.6%에 그쳤다. 상위 5대 기업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1% 증가했지만, 상위 100대 기업 기준 증가율은 52.8%로 낮아졌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경기 회복과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급증했다. 인공지능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의 수출 실적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11.6%에 머물렀다.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 다른 주력 산업의 수출은 반도체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못했다. 전체 수출 지표는 개선됐지만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회복 속도에는 차이가 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출 호조가 글로벌 경기 전반의 회복이라기보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수요에 집중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정 산업과 일부 기업이 전체 수출 증가분을 견인하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외부 수요 변화나 반도체 가격 조정에 국내 수출이 더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 상위 기업의 성장은 국가 전체 수출 실적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수출 증가분이 최상위 기업에 집중되는 흐름은 중견·중소기업과 비반도체 산업의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기반을 다른 산업과 기업군으로 넓히는 문제가 한국 경제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