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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의사 면허취소 수순…의료계 “일반 형사범죄까지 적용 과도”

이정호 기자 | 입력 26-06-09 14:20




의정 갈등 당시 복귀 전공의와 의대생 등의 정보를 온라인에 올린 의사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으면서 의료인 면허취소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의료계는 현행 의료법이 직무와 직접 관련 없는 형사사건까지 면허 취소 사유로 삼고 있다며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류 모 씨 사건과 관련해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류 씨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수련병원과 의대 복귀자 2900여 명의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온라인을 통한 개인정보 공개와 반복적 압박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불안과 위축을 일으킨다고 봤다. 이른바 “좌표찍기” 방식의 정보 유포가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내부 비판을 넘어 피해자를 특정해 압박하는 행위로 판단된 것이다. 검찰과 법원은 피해 회복이 쉽지 않고 온라인 확산성이 큰 점도 무겁게 봤다.

논란은 형사 판결 이후 면허 문제로 옮겨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 관련 범죄가 아니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면허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예외로 빠져 있지만, 그 외 일반 형사범죄 상당수는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

전남도의사회는 이 지점에 반발했다. 의사회는 “의사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며 “일상적 실수나 직무와 무관한 범죄까지 면허 취소로 이어지는 규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초범인 점과 반성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직업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개정 방향은 면허 취소 범위 축소다. 전남도의사회는 면허 취소 사유를 5대 강력범죄와 의료 관련 범죄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 안전과 의료 윤리에 직접 관련된 중대 범죄는 엄격히 다루되, 직무와 관련성이 약한 사건까지 일률적으로 면허 취소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사건을 단순한 직무 무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유포 대상이 의정 갈등 상황에서 병원과 학교로 복귀한 의료계 구성원들이었고, 게시 행위가 실제 압박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피해자들이 특정 집단 내부에서 낙인과 불이익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쟁점이다.

의료인 면허는 전문직 자격인 동시에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게 면허 제한을 두는 것은 공공성 차원의 조치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반대로 자격 제한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직업 수행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의료인에게 불확실한 법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사건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시행된 뒤 가장 민감한 갈등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의정 갈등의 후유증, 온라인 괴롭힘 범죄, 전문직 면허 제한 문제가 한 사건 안에서 겹쳤기 때문이다. 형사책임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지만, 의료인 면허를 제한하는 기준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는 다시 입법 논의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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