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이 신음하는 가운데, 산림청이 19일 오후 1시 30분을 기해 남부지방 전역에 대한 산사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이미 "심각" 단계가 발령된 충청권과 대전, 세종에 이어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전남, 경북, 경남, 전북 등 8개 시도에 추가로 최고 등급 경보가 내려지면서 한반도 남쪽 전체가 사실상 산사태 위험 반경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대응 수위를 최고인 3단계로 격상하고 범정부적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누적 강수량으로 전국의 지반이 한계에 이를 만큼 약화된 상황에서, 주말 동안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5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추가로 예보됨에 따라 내려졌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남하하면서 20일까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 최대 150mm 이상의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수백 밀리미터의 "물폭탄"을 맞은 상태에서 또다시 집중호우가 예고되면서, 산림 당국은 토양 함수량이 포화 상태에 도달해 대규모 산사태가 언제 어디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인해 현재까지 사망자와 실종자가 다수 발생했으며, 수천 명의 이재민이 집을 떠나 임시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경북 영덕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부산과 광주 등 대도시에서는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차량이 고립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농경지 침수 피해 면적은 이미 축구장 수만 개에 달하며, KTX 오송-공주 구간 등 주요 철도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등 국가 기반 시설의 마비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명피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선제적인 통제와 대피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하며 최고 수준의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취약 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하천변과 저지대, 산사태 위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제 대피 명령을 내리는 등 인명 피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림청과 행정안전부는 국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와 마을 방송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특히 산지와 가까운 지역의 주민들은 미리 대피 경로를 확인하고, 위험 징후가 느껴지거나 대피 명령이 내려질 경우 즉시 지정된 안전 장소로 몸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땅이 물을 머금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면서 "산비탈에서 돌이 굴러내리거나 나무가 평소와 다르게 기울어져 보이는 등 작은 변화도 위험의 신호일 수 있으니 즉시 대피하고 신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