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는 한국 청년층의 심각한 경제적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 10명 중 7명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처음 빚을 지게 되었고, 무려 84%가 "부채 돌려막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의 빚 문제가 단순히 개인적인 소비 습관을 넘어, 사회 구조적인 취약성이 반영된 결과임을 시사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들의 채무액은 4천만 원에서 6천만 원 미만이 31%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6천만 원에서 8천만 원 미만(22%), 4천만 원 미만(19%), 1억 원 이상(15%), 8천만 원에서 1억 원 미만(13%) 순으로 집계돼, 상당수 청년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빚더미에 앉아 있었다.
청년들이 빚을 지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생활비 마련(70%)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주거비(29%)나 과소비(27%) 등 다른 요인들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한번 빚을 지면 벗어나기 어려운 "부채 돌려막기"를 경험한 청년이 84%에 달한다는 점은, 이들이 단순한 금전적 어려움을 넘어선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있음을 의미한다.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이유로는 다른 부채 변제(65%)와 높은 이자로 인한 채무 증가(38%), 그리고 실직이나 이직 등 소득 공백(31%)이 주요하게 꼽혔다. 이는 현재 청년들이 겪는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높은 금리 부담이 이들을 빚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금전적 어려움은 청년들의 정신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의 93%가 지난 1년간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했으며, 특히 10명 중 3명(34%)은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응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빚 문제가 단순히 경제적 고통을 넘어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우울감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더욱이 응답자의 63%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사람(곳)이 없다"고 답해, 채무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극심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이는 청년들이 빚 문제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절망감 속에서 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은정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개인회생을 진행 중인 청년들은 대부분 가족의 지원이나 안정적인 일자리, 복지 혜택 등 사회적인 안전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청년층의 부채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문제임을 보여준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내는 악순환 속에서 청년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고립에 놓여 있다. 이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