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한미 협상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으며, 미국 행정부에 한국의 협상 가속화 의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 관세 유예 기한(7월 8일)의 연장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여 본부장은 간담회에서 "그동안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한미 협상이 지체됐지만, 지금부터는 실용주의와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상호 호혜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미국과 협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방문한 첫 장관급 인사인 만큼, 지난 22일부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USTR)를 비롯해 백악관, 미 연방의회, 싱크탱크 인사들을 두루 만나 협상 의지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균형 무역, 비관세 장벽, 경제 안보 등을 논의하기 위한 3차 한·미 기술 협의도 진행됐다.
여 본부장은 관세 협상과 더불어 한·미 간 제조업 협력 강화 방안 논의에도 주력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그간 양국이 쌓아온 협력 모멘텀이 약화하지 않도록 치열하게 협의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전기차 및 배터리, 조선, 군수, 원자력 등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 구축 가능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8일 상호 관세 유예 만료 기한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국 내부에서는 유예 연장을 놓고 혼재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9월 1일까지 주요국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유예 연장에 무게를 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따라 각국에 관세율을 일방 통보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유예 연장 가능성에 대해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워낙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당국자는 "(7월 8일에) 선의로 협상해왔다고 인정되는 국가들은 유예하면서 협상을 계속하고, 선의가 없거나 협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들에는 (관세) 패널티를 통보할 수도 있다"며 "아마 최종 결정은 임박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과 합의를 타결한 영국 등의 사례를 볼 때 "원칙적인 타결을 먼저 하고 디테일에 대해선 계속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협상은 이재명 정부의 첫 대미 통상 정책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한국이 어떠한 성과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