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충청남도 서해안 일대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요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17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서산시에 344mm의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특히 한때 시간당 강수량이 107.1mm에 달하는 "극한 호우"가 관측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 밖에도 서천 266mm, 태안 238mm 등 충남 서부 지역에 집중된 물폭탄은 도로와 주택, 농경지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서산시 읍내동과 성연면 등 시내 주요 도로는 완전히 침수되어 출근길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하천 수위도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당진시를 흐르는 당진천은 결국 제방을 넘었으며, 인근 초대천 역시 범람 직전의 "심각"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당진시는 봉평리, 모평리 등 하천 주변 저지대 및 지하층 거주 주민들에게 즉시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또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당진시 관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금강 지류인 예산 삽교천과 당진 역천 일부 지점에는 최고 수준의 경보인 홍수 경보가, 논산과 공주 등지의 여러 지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당진, 홍성, 서산 등 서해안 대부분 지역에는 산사태 주의보까지 내려져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폭우의 여파로 주요 교통망도 끊겼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선로 침수 및 유실 우려로 경부선 서울-대전, 장항선 천안-익산, 서해선 홍성-서화성 구간의 일반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충남소방본부에는 지난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주택 침수, 도로 장애 등 300건이 넘는 폭우 관련 신고가 빗발쳤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인명피해는 없으나, 피해 집계가 본격화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하루 충남권에 최대 18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추가 피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