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체코 순방 당시, 대통령실이 현지 언론에 보도된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 삭제를 위해 주체코 한국대사관을 동원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은 대통령실이 공식적인 외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사관 직원들에게 사실상 '변호인 역할'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이메일 등 증거를 확보했다.
지난해 9월 21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체코 순방 기간 중 체코 일간지 '블레스크(Blesk)'에 "파벨 체코 대통령 부부 옆에 사기꾼?"이라는 제목으로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다룬 기사가 보도되자,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당일 오후 6시 21분 해당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해당 일간지가 밤 9시 36분에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흠결 있다'는 표현으로 바꾼 후에도 대사관은 재차 메일을 보내 "해당 기사가 부적절하고 저널리즘 기준에도 맞지 않다"며 거듭 기사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사관 직원들이 보낸 메일에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옹호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이메일에는 김 여사의 탈세 의혹은 "단순한 행정 착오"이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있다. 외교 공관이 마치 한 개인의 법률대리인처럼 나서서 현지 법과 외교 관계까지 거론하며 특정 인물의 혐의를 변호한 셈이다.
이러한 이례적인 대응의 배경에는 대통령실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음이 국회 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당시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 행정관이 대사관 소속 문화홍보관에게 연락해, 기사 삭제와 특히 '사기꾼' 표현의 수정을 직접 "지시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는 외교부를 거치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대통령실이 직접 재외공관에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직권남용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과거 국회에서 "사기꾼이니 뭐니 하는 그런 얘기가 인신공격성 보도가 분명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런 것을 내버려 두겠습니까"라고 해명한 바 있으나, 특검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인 박상혁 의원은 "외국 언론에까지 이런 압박을 했다는 것은 윤석열 정권의 반민주적인 언론관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체코 언론은 한국대사관의 거듭된 요청에도 끝내 해당 기사를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현재 "수사로 밝혀질 내용"이라며 추가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실 관계자의 직권남용 혐의가 드러날 경우, 외교 채널을 사적인 의혹 해소에 동원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