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 비상 속에 서민 가계의 필수 식재료인 계란 가격이 한 달 만에 다시 7,000원 선을 넘어섰다. 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계란 특란 한 판(30구)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이번 주를 기점으로 7,000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6,000원대 중반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던 계란값이 다시 반등하면서, 작년 동기 대비 0.8%, 평년 대비로는 8.3%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가격 상승세는 겨울철 불청객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동절기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건수는 현재까지 총 11건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6건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경기도와 충청권을 중심으로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방역 당국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 결과, 이번 AI 발생으로 인해 현재까지 살처분된 산란계는 약 275만 마리에 달한다. 이는 전국 일일 계란 생산량 약 5,000만 개 중 약 160만 개가 감소하는 수치로 분석된다. 아직 전체 생산량 대비 감소폭이 크지는 않으나, 발생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의 수급 상황이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진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초 계란 가격 강세에 대응해 농가들이 산란계 입식(병아리를 들여와 키움)을 선제적으로 늘린 덕분에 현재 계란 생산량 자체는 평년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즉, 살처분으로 인한 손실분을 기존의 풍부한 입식 물량이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향후 살처분 마릿수가 500만 마리를 넘어설 경우 실제 공급망에 유의미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확산 속도를 고려할 때 방역망이 뚫릴 경우 계란값 "8,000원 시대"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시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AI 확산세가 겹치면 도매가격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즉각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해 산란계 농장의 방역 실태를 전수 점검하는 한편, 수급 불안이 심화될 경우 신선란 수입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도 검토할 방침이다. 연일 치솟는 외식 물가와 신선식품 가격 부담 속에 계란값마저 요동치면서, 서민들의 밥상물가 시름은 당분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