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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너목보 "우주먼지 임현준" 스토리텔링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1-11 09:26


어떤 죽음은 소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목소리와 태도, 그리고 그가 남긴 순간들이 겹겹이 떠오를 때 비로소 이해된다. 2023년 5월, 너의 목소리가 보여 10의 무대에 섰던 ‘우주먼지 바텐더’ 임현준의 삶과 이별이 그러했다. 그는 노래로 사람들을 울렸고, 그의 죽음은 다시 한 번 많은 이들의 시간을 멈춰 세웠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그날 무대에서 임현준이 부른 곡은 반대편이었다. 경연의 승패를 가르는 노래라기보다, 삶의 고비에서 건네는 고백에 가까웠다. ‘빛의 반대편’과 ‘찬란한 삶의 반대편’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기교보다 진심이 앞섰고, 그 진심은 출연자와 시청자의 눈가를 적셨다. 노래는 그를 설명했고,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임현준은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은 뒤 4년이 넘는 시간을 병과 함께 살아왔다. 투병의 시간은 길고 고단했지만, 그는 삶을 과장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았다. 바텐더라는 일상의 자리에서, 그리고 방송이라는 낯선 무대 위에서 그는 끝까지 담담했다. 자신의 고통을 앞세우기보다, 노래가 닿을 상대를 먼저 떠올렸다. 그 선택이 그의 목소리를 더 깊게 만들었다.

2023년 12월 15일, 그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임종의 구체적인 순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병을 안고도 무대에 섰던 모습, 그리고 마지막까지 노래로 자신을 설명하려 했던 태도다. ‘우주먼지’라는 이름은 가볍게 흩어질 것 같았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오래 머물렀다.

그가 남긴 노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진다. “우리는 슬픔의 문을 열고 이 모든 아픔을 거스르고”라는 가사는, 이제 그의 생을 요약하는 문장처럼 들린다. 그는 아픔의 바깥을 선언하지 않았다. 다만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통과해 보이겠다고 노래했다. 그것이 그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었고,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였다.

임현준의 죽음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특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던 사람이었고, 병 앞에서 흔들리던 한 개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표현하는 인간’으로 남았다. 침묵 대신 노래를, 체념 대신 목소리를 선택했다. 그 선택이 많은 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노래 하나하나에 숨을 고르듯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이 사랑했던 음악을 마음껏 부르길 바란다. 임현준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그가 남긴 목소리를 다시 듣게 만드는 시작이 되었다. 우리는 오늘도 그의 노래를 틀며 묻는다. 슬픔의 문을 지나, 정말로 살아낼 수 있을지를. 그리고 그 질문 자체가, 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깊은 유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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