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결국 스스로 가장 위험한 선택지를 택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국민의힘 한동훈 제명 결정은 단순한 개인 징계를 넘어, 보수 정치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판단은 과연 정당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서 제명은 과도하며, 오히려 당의 퇴행을 상징하는 선택에 가깝다.
첫째, 제명은 징계의 비례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윤리위는 ‘합리적 의심’과 ‘정황’을 근거로 최고 수위 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정당에서 제명은 사실상 정치적 사형 선고에 해당한다. 명확한 직접 증거 없이, 가족의 행위와 게시판 정황을 한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시키는 것은 법치와 책임 정치의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당헌·당규 위반 여부를 따지더라도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등 단계적 선택지는 충분히 존재했다. 그럼에도 가장 극단적인 처분을 택한 것은 ‘질서 회복’이 아니라 ‘정리’에 가까운 판단이었다.
둘째, 이번 제명은 ‘윤 어게인’ 정서의 정치화다.
보수 진영 내부에는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감정적 결집, 이른바 ‘윤 어게인’ 정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서가 정치적 토론이나 책임 성찰이 아니라 충성 경쟁의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한동훈 제명은 ‘윤석열과의 거리’가 곧 정치적 생존의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정책 노선이나 미래 비전이 아니라, 과거 권력에 대한 태도가 징계의 잣대가 되는 순간, 정당은 토론의 장이 아니라 신념 검증소로 전락한다.
셋째, 극우 정치의 문법을 닮아가는 여당의 위험한 선택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극우화다. 여기서 말하는 극우는 특정 이념이 아니라 정치 방식이다. 내부 비판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의심만으로 제거하며, 조직의 순도를 유지하기 위해 숙청을 선택하는 방식 말이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극우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온 패턴이다. 다름을 관리하지 못하는 정당은 결국 외부로 확장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붕괴한다. 국민의힘은 지금 ‘통제 가능한 소수 정당’의 길로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다.
한동훈 개인의 정치적 책임 여부와 별개로, 이번 제명은 보수 정치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당내 이견을 제명으로 처리하는 정당은 중도층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결정이 당을 단결시키기보다 오히려 분열을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친윤과 비윤,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이제 정치적 경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다.
정당은 법정이 아니다. 의심만으로 처벌하는 순간, 그 정당은 민주적 조직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이번 결정은 ‘강한 당’을 만든 것이 아니라 ‘좁은 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좁아진 정당이 맞이하는 결말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