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절대권력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가운데,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56)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 헌법상 최고지도자 임명권을 가진 전문가회의는 하메네이 사망 직후 비상 회의를 소집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매체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88명의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강력한 지지 하에 모즈타바를 제3대 최고지도자로 지명했다. 앞서 이란 당국은 하메네이 사망 이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 등이 포함된 3인 임시 지도체제를 가동했으나, 전면전 위기 상황에서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출 절차를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모즈타바는 지난 27년간 부친의 곁에서 실질적인 '문고리 권력' 역할을 하며 혁명수비대와 정보기관 내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온 인물이다. 그는 공식 직함은 없었으나 사실상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왔으며, 대외적으로는 부친의 강경 노선을 충실히 계승할 적임자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선출 과정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압력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시 상태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극대화됐고, 이들이 자신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모즈타바를 강력히 밀어붙였다는 설명이다. 전문가회의 측은 보안상의 이유로 투표를 원격으로 진행했으며, 선출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권력 세습'에 대한 내부 반발은 향후 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1979년 혁명 당시 왕정의 세습제를 타도하며 세워진 체제다. 신정 체제 수립 이후 부자간 권력 승계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체제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행위라는 비판이 종교계 일각과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임 최고지도자로 지명된 모즈타바 앞에는 산적한 난제가 놓여 있다. 당장 미국·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대응은 물론, 하메네이 사망 이후 분출될 수 있는 내부 반정부 시위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그는 종교적 권위를 상징하는 '아야톨라' 직급이 아닌 중급 성직자에 불과해, 보수적인 성직자 그룹의 완전한 승인을 얻어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이란 정부는 조만간 테헤란에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거행하고 모즈타바의 취임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이란의 권력 지형이 37년 만에 하메네이 가문의 세습 체제로 재편되면서 중동 정세는 한층 더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