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52.22포인트(7.24%) 급락한 5791.91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달 2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매도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란발 중동 분쟁 확산 소식이 시장을 덮쳤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결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들이 5% 이상 하락하며 지수 하락 폭을 키웠다. 코스닥 역시 전날보다 55.08포인트(4.62%) 내린 1137.70으로 마감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극에 달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 종가보다 26.4원 급등한 1466.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장중 한때 1470원선 부근까지 치솟으며 수입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증권가 객장의 전광판은 온통 하락을 알리는 파란색 숫자로 가득 찼다. 투자자들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오후 들어 낙폭이 7%를 넘어서자 일부 창구에는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문의가 빗발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특정 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긴급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사태에 따른 시장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실물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비상 계획을 가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폭락이 단기적인 충격에 그칠지, 아니면 추세적인 하락의 시작일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국제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 압력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만 급격한 낙폭에 따른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이번 '검은 화요일'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의 대외 취약성이 다시금 노출됐다. 중동발 군사적 긴장 수위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분간 환율과 유가의 움직임이 증시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