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4일 서울 영등포남부지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1차 협상을 가졌다. 내후년도 한의 진료 수가 책정을 두고 양측의 첫 공식 대면이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는 한의협 유창길 보험부회장과 건보공단 김남훈 급여상임이사 등 양측 수가협상단 8명이 참석했다. 공급자 단체와 가입자 대리인 간의 탐색전 성격이었으나 모두발언부터 거친 호소와 방어적 논리가 오갔다.
유 부회장은 모두발언을 시작하자마자 서류 뭉치를 짚으며 한의계의 지표 악화 데이터를 제시했다. 한의 유형의 건강보험 진료비 점유율이 5개 의료 유형 중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수치를 부각했다. 정부의 각종 시범사업과 정책 지원에서 배제되면서 한의원을 찾는 실수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확대로 총진료비와 행위료 일부 지표가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유 부회장은 정부가 실시 중인 54개 시범사업 중 한의계 참여 사업이 4개에 불과하다는 구체적 통계를 들어 보장성 강화 정책의 소외를 비판했다. 의과의 건강보험 총 행위 수가가 6500여 개인 반면 한의 행위는 60여 개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한의의료기관의 비급여 의존과 이에 따른 환자 감소의 악순환을 호소했다.
반면 건보공단 측은 재정 적자 가능성과 지출 요인 증가를 이유로 배려적 수가 인상이 어렵다는 방어막을 쳤다. 김 급여상임이사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진료비 급증과 필수의료 강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요양병원 간병비 도입 등 대규모 재정 투입 요인을 조목조목 읊었다. 건강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선에 도달해 추가 재원 마련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도 언급했다.
공단 측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의료계의 경영난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재정 건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재정 건전성과 의료 인프라 유지, 가입자 부담 등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을 강조하며 무리한 인상 요구에는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다.
양측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 탐색전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왔다. 유 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공단과 한의계의 시각 차이를 확인했다며 2차 협상 때 간극을 좁힐 추가 데이터 자료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가협상 부대의견 이행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 진행을 기대한다는 짤막한 답변만 남겼다. 수가모형 개선은 올해 협상에서 기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첫 만남으로 한의계의 보장성 소외론과 공단측의 재정 건전성 방어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향후 공단이 제시할 밴딩 규모와 한의계의 추가 수치 입증 여부에 따라 최종 타결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