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투표지 약 247만 장에 대한 현장 검증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투표지의 위조·변조 여부와 개표장비의 오류 가능성, 보관시설 출입 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태한 특별검사와 특검보, 수사관 등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경기장 내부로 들어갔다. 현장 검증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됐으며, 특검팀과 경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검증 대상은 경기장에 보관된 송파구 지역 투표지 약 247만 장과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투표 및 개표에 사용된 장비와 관련 물품이다. 특검팀은 투표지의 인쇄 상태와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위조 또는 변조 흔적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검증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된 투표지는 별도로 분리해 정밀 감정을 진행한다. 투표지의 인쇄 방식과 물리적 상태 등을 살펴 실제 선거에 사용된 투표지와 차이가 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개표장비와 관련해서는 해킹이나 기기 오류 가능성을 점검한다. 투표와 개표 과정에 사용된 장비의 작동 기록과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보관 중인 선거 물품에 외부인이 접근했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특검팀은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투표지 보관 장소의 출입 상황과 외부 침입 흔적을 살펴볼 방침이다. 선거 이후 보관시설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투표지와 장비의 보관 과정에서 이상 징후가 있었는지도 확인한다.
현장에서는 검증이 시작되기 전부터 집회 참가자들의 구호가 이어졌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올림픽공원 개표소 주변에서 봉쇄 집회가 계속된 가운데, 이날도 일부 참가자들이 특검팀 출입구와 분리된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특검팀은 검증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가 선정한 여야 국회의원 등 참관단과 언론인에게 현장 참관을 허용했다. 검증에는 특검팀 소속 인력 100여 명이 투입됐으며 경찰청과 중앙선관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인력과 장비를 지원했다.
앞서 특검팀은 27일 현장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CCTV 녹화자료 등을 확보했으며,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관위원장이었던 노태악 전 대법관을 비롯한 선관위 관계자들이 직무유기 등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다만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됐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혐의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검팀은 선거관리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법령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번 현장 검증이 선거 소송에 따른 재검표와는 별개의 형사 수사 절차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증 결과가 지방선거 당선인 결정이나 기존 득표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경위와 선거관리 과정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있다. 투표지와 CCTV, 개표장비에 대한 검증 결과가 확보되면 선거 당시의 관리 기록과 대조하는 작업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투표지의 보관·관리 과정에서 실제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선관위 관계자들의 직무 수행에 법적 책임을 물을 만한 사유가 존재하는지가 쟁점이다. 약 247만 장에 이르는 투표지 검증이 선거관리 과정의 의혹을 해소할 객관적 증거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이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