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가 인간의 욕망과 군중의 광기를 풍자한 20세기 이탈리아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 ‘연기 인간’을 새로 펴냈다.
‘연기 인간’은 미래파의 선두주자 알도 팔라체스키가 1911년 발표한 소설로, 온몸이 연기로 된 인간이 대중의 추앙을 받게 된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다.
◇ 다섯 차례나 개정 출간된 환상문학의 수작 ‘연기 인간’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시도들이 명멸하던 20세기 초반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알도 팔라체스키는 그의 나이 스물여섯에 ‘연기 인간’ 초판을 발표한다. 이후 5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그는 다섯 차례나 ‘연기 인간’의 개정판을 출간하는데, 이는 ‘연기 인간’에 대한 그의 열정과 각별한 애정을 짐작케 한다. 1958년 일흔셋의 팔라체스키는 ‘연기 인간’의 다섯 번째 개정판을 발표하면서 “연기 인간은 내게 환상적 글쓰기의 극치이자 행복한 예술적 출구였다”고 회상했다.
팔라체스키의 대표작 ‘연기 인간’은 현실과 환상을 정밀하게 직조한 섬세한 문학 기법으로 인간의 욕망과 군중 심리의 폭력성을 풍자한다. 어느 날 왕의 근위 병사 앞에 나타난 연기 인간 ‘페렐라’는 신비한 외모와 단순하고 솔직한 말투로 도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끈다. 연기 인간 ‘페렐라’를 높이 평가한 왕은 새로운 법전 집필이라는 중책을 맡기지만, 궁정 하인 알로로가 연기 인간이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워 사망하는 사건 이후로 그를 둘러싼 여론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연기 인간을 통해 강조하려는 바는 ‘가벼움’이다. 그 대척점에 있는 ‘무거움’은 인간의 무지함, 잔인함, 편협함, 폭력성이다.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팔라체스키의 새로운 해석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연상시킨다. 또한 대중의 관심과 추앙을 한 몸에 받다가 일순간 핍박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연기 인간’은 각종 미디어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권위를 얻은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외면받고, 비호감의 대상이 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연기 인간’은 형식과 구성면에서도 실험적이며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의 서술보다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월등하게 많아 무대 위에 상연되는 연극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이 작품은 ‘연기 인간, 페렐라(Perelà, uomo di fumo)’라는 오페라로 각색돼 2003년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제임스 콘론의 지휘로 초연되기도 했다.
◇ 초판본으로 만나는 오리지널 ‘연기 인간’
국내 최초 이탈리아 원전으로 번역된 ‘연기 인간’은 이탈리아 고전을 한국 독자에게 꾸준히 소개해온 박상진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처음 발표된 초판본에는 다섯 차례의 개정판에서 대체할 수 없는 고갱이가 담겨 있다는 역자의 의견에 따라 초판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다.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문장은 연극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과 조화를 이뤄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작품의 현대적 의의를 상세히 풀어낸 옮긴이의 말은 작품의 감상과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시스템 DALL·E 2를 활용한 표지 일러스트
‘연기 인간’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표지 일러스트는 오픈 AI가 개발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시스템 ‘DALL·E 2’를 활용했다. 여러 키워드를 입력해 소설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가공해 만들었다. 미래파 작가 팔라체스키의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 ‘연기 인간’을 최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재탄생시킴으로써 현대적 의미와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
[서울 :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