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들이 발표한 10대 핵심 공약 다수가 조(兆) 단위의 막대한 예산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비 세액공제, 아동수당 확대, 디딤돌소득 도입 등 각종 복지 및 현금 지원성 정책이 대거 포함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재정 조달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통해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현재 만 8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공약에 소요되는 추가 예산을 향후 5년간 31조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외에도 통신비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방안은 5년간 약 7조9000억 원의 세수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채무 조정 및 탕감, 근로장려금 확대, 권역별 광역급행철도 건설 등도 재정 부담이 막대한 공약으로 꼽힌다. 이 후보 측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지출 구조조정 및 향후 총수입 증가분 등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진성준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시행 방식에 따라 재정 소요가 달라지기 때문에 집권 후에 재원 계획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디딤돌소득 도입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제시했다. 디딤돌소득은 중위소득 65~85% 이하 가구에 부족한 소득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으로, 연간 10조 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세 기본공제 인상과 물가연동제 도입도 연간 세수 10조 원 이상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김 후보 측 역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비효율적 예산 지출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 등을 거론했지만, 세부 계획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일부 공약에서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재원 계획을 제시했지만, 청년을 대상으로 한 ‘든든출발자금’ 등 일부 공약은 역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사업임에도 재원 조달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약 실현 시 국가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이 계속 늘고 있어 구조조정 가능한 재량 예산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성장률 둔화와 함께 세수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어 대규모 복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각 후보 진영의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 계획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