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용균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지 7년이 채 지나지 않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하청업체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 사고에 발전소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일 오후 2시 45분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인근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협력업체 건물에서 소속 노동자 김아무개(50) 씨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김 씨는 발전소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이날 공작기계(선반)를 이용해 부품을 생산하는 작업을 하던 중 입고 있던 옷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직후 동료들이 김 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으나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사고 직후 현장을 통제하고, 해당 업체의 작업일지와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특히 작업 과정에서 2인 1조 근무 등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기계에 방호 덮개 등 안전 장치가 정상적으로 설치돼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는 지난 2018년 12월,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 씨가 석탄 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장소다. 당시 이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와 허술한 안전 관리 실태를 사회에 고발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기폭제가 됐다.
김용균 씨 사망 이후 발전소 측은 재발 방지 대책과 안전 설비 강화를 약속했지만, 7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사업장 내 협력업체에서 유사한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약속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동계는 이번 사고 역시 원청인 서부발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2의 김용균은 언제든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서부발전과 협력업체를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