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배경에 대통령실이 민간인 동원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대통령실 행정관이 보수 성향 유튜버에게 "민주노총이 관저를 덮친다"는 허위 첩보까지 거론하며, 지지자들을 동원해 관저를 몸으로 막아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 공권력의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실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는 성삼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있다. JTB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성 전 행정관은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던 지난 1월 3일 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던 보수 유튜버 신혜식 씨에게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현재 군, 경의 지원이 어려워 지지자 결집이 필요하다"며 "민노총이 등산로를 이용해 관저를 덮친다는 첩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화살표와 별표로 지지자 배치 구역까지 표시한 한남동 관저 인근 지도를 첨부하며 사실상 '관저 방어'를 요청했다.
이는 무력 충돌을 우려한 공수처와 경찰이 영장 집행을 포기하고 철수한 당일 밤에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직접 나서 법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려 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민주노총이 관저 진입을 시도하거나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사실은 없었다.
연락을 받은 신혜식 씨는 당시 성 전 행정관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에서 "도대체 뭔 작전을 세우는 거냐"며 "시민단체를 예전처럼 '똘마니'로 두고 부려 먹으려 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행정관의 이 같은 행보는 일회성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지지자들의 난동 사태가 벌어진 다음 날인 1월 20일, 보수 지지자들에게 "헌법재판소로 모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결국 사직했다. 신혜식 씨는 "2차 체포영장 집행 직전에도 체포를 저지해달라는 연락이 왔지만 무시했다"며 "다른 보수 단체에도 같은 연락을 돌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기관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성 전 행정관은 취재진의 연락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향후 특검 수사 등을 통해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 중대한 사건으로, 정치권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