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지역화폐 '여민전'의 6월분 충전이 시작된 지난 1일, 시스템이 6시간 넘게 세 차례나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세종시는 이달부터 새로 도입한 '오픈뱅킹'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준비가 미흡해 벌어진 사고로 파악하고, 시스템 운영사인 KT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고는 1일 오전 10시 정각, 6월분 여민전 발행이 시작되자마자 발생했다. 충전을 위해 약 6,500명의 시민이 동시에 몰리면서 '여민전' 앱 서버가 곧바로 다운된 것이다. 충전을 시도하던 시민들의 앱 화면에는 "네트워크가 중단되어 접속 환경을 확인해야 합니다"라는 오류 메시지만 반복해서 나타났다.
세종시와 운영사 KT 측의 긴급 복구 작업 끝에 오후 1시경 시스템이 재가동됐으나, 이마저도 20여 분 만에 다시 멈춰 섰다. 이후 오후 3시 30분경 세 번째로 서버가 다운됐을 때, 구매 대기자는 1만 5천 명까지 불어나 있었다. 시스템은 이날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정상화됐고, 수 시간에 걸친 불편 끝에 총 4만 4,124명의 시민이 충전을 마칠 수 있었다.
시스템 장애가 반복되는 동안 세종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시의 행정과 시스템 운영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용자들은 "결국 오늘도 충전 못 했다", "한 달에 1만 5천 원 아끼려다 스트레스만 받았다", "7시간 반 만에 겨우 성공했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시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오픈뱅킹 시스템 전환 대비 미비'를 지목했다. 6월부터 충전 방식을 오픈뱅킹으로 바꾸면서, 동시 접속자 수 증가에 따른 과부하를 제대로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KT의 기존 플랫폼과 오픈뱅킹 시스템 간 데이터 전송량 및 처리량 설정이 불균형하게 이루어져 네트워크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세종시는 사후 조치로 시스템 과부하 완화를 위해 실시간 접속 처리 건수를 초당 50건에서 250건으로 5배 증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운영사인 KT와 그 협력사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면서 "향후 운영사 재계약 시 이번 사고를 반드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KT에 대한 '페널티'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매달 초 '충전 전쟁'이 벌어지는 여민전의 불안정한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