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와 포스코이앤씨 간의 고형폐기물연료(SRF) 시설 운영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중단 없는 평행선을 달리며 결국 대한상사중재원의 문을 두드렸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자칫 광주시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오늘(7일) 열리는 첫 중재 심리에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포스코이앤씨가 광주시에 요구한 운영비 증액 규모의 적정성 여부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당초 연간 78억 원 수준의 운영비를 요구했으나, 불과 1년 만에 그 금액을 약 30배에 달하는 2천 100억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시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누적 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이앤씨는 물가 상승, 인건비 증가, 시설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 급증 등을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현실적인 운영비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광주시는 포스코이앤씨의 요구가 사업 협약서상의 근거가 부족하며,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금액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광주시는 최초 협약 체결 당시 양측이 합의한 내용과 산출 기준을 근거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단기간에 요구액이 수십 배 폭증한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며, 이는 시민의 혈세로 기업의 운영 손실을 전가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정현윤 광주시 기후환경국장은 "협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근거 없는 금액 청구"라며 법적, 논리적 대응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번 분쟁 해결 방식이 법원 소송이 아닌 단심제로 진행되는 "중재"라는 점이다. 광주시는 사안의 중대성과 금액의 규모를 고려해 3심까지 가능한 법정 소송을 통해 신중한 판단을 받자고 제안했지만, 포스코이앤씨 측이 이를 거부하고 협약에 따라 중재를 고집하면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재 결과는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불리한 결정이 나오더라도 광주시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성명을 통해 포스코이앤씨가 공공사업의 파트너로서 지켜야 할 기업 윤리와 상도덕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귀순 광주시의원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공공사업을 빌미로 기업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광주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내일 첫 심리를 시작으로 양측의 주장을 청취하고 본격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다.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재 과정에서 양측이 협약서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고, 운영 적자의 원인과 책임을 어떻게 규명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한편, 포스코이앤씨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중재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수천억 원의 향방을 결정할 이번 중재 결과에 따라 광주시의 재정 운영에 막대한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