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47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 판결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잘못된 판결"이라며 2심 재판부의 준엄한 심판을 촉구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 심리로 3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복현 특별검사팀은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박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을, 고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1심 구형량과 동일하다.
검찰은 최종 의견 진술을 통해 "이 사건의 본질은 피고인들이 사법부의 수장이자 최고위 법관으로서 상고법원 도입 등 사적 이익을 위해 헌법상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법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반헌법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1심은 범죄의 실체를 외면하고 형식논리에만 매몰돼 면죄부를 줬다"며 "항소심에서라도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단죄하고,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역사적 책무를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하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등 여러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또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기소된 47개 혐의 전부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부 부적절한 직무 행위가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만큼의 권한 남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의 공모 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죄 판결의 주된 이유였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최후 변론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기소 5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린 '세기의 재판'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선고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