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내란 관련 사법 처리 방식과 정치적 중립성 의혹, 그리고 사법부 내부의 불신으로 수렴되고 있다. 특히 내란 사건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사건 배당과 재판부 구성의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흐름이다.
사법부는 헌법이 보장한 독립기관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운영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사법부 스스로 그 지위를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조희대 체제에서 이어진 판단과 침묵은 사법부가 정치적 상황과 권력 환경 앞에서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사법부의 존재 이유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법부 훼손 논란의 결정적 계기는 비상계엄 국면에서 드러났다. 계엄이 선포된 직후 약 6시간 동안 사법권이 사실상 계엄사령관의 지휘 아래 놓였던 상황은, 삼권분립이 현실에서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사법부는 그 시간 동안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장은 이 사태의 위헌성과 사법권 침탈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사법부 전체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태도는 사법부가 스스로의 권한과 독립을 방어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낳았다.
사법부 훼손은 내란 재판 지연 문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내란 사건은 헌정 질서를 파괴한 중대 범죄로, 무엇보다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이 요구된다. 그러나 핵심 사건들이 장기간 지연되고, 재판 일정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사법부는 정의 실현의 의지를 의심받는 처지에 놓였다. 재판이 늦어질수록 책임 규명은 흐려지고, 사회적 혼란은 고착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내란의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사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내란 사건이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됐다는 의혹은 사법부 훼손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무작위 배당이라는 원칙이 형식적으로만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사법부가 재판 지연과 배당 논란을 동시에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은, 내란 재판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늦춰지고 있다는 의심까지 불러오고 있다.
대법원이 뒤늦게 내란전담재판부 예규를 마련한 것도 근본적 해법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제도 개선을 내세웠지만, 기존 인사 구조와 배당 시스템을 유지한 채 형식만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는 사법부가 스스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기보다는, 외부의 압박을 최소한으로 관리하려는 태도로 비칠 위험이 크다.
사법부의 권위는 법률 조항이나 직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하는 신뢰에서 비롯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사법부가 겪었던 굴욕의 역사는 사법 독립이 무너질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교훈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사법부가 내란 재판 지연과 책임 회피로 일관한다면, 이는 스스로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사법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사법부 수장은 사법부 훼손과 내란 재판 지연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분명한 책임 인식과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채, 헌법이 부여한 ‘최후의 보루’라는 지위마저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