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하여 사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결정 내렸다. 위원회는 피해 고객 1인당 통신요금 5만 원 할인과 T플러스 포인트 5만 포인트 지급을 골자로 하는 조정안을 확정함으로써, 기업의 정보 관리 소홀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위원회는 최근 개최된 집단분쟁조정회의에서 SK텔레콤에 대한 해킹 사고로 인해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명확히 확인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발생한 유무형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인정하고, 개개인의 피해 회복을 위해 SK텔레콤이 실질적인 보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기업이 고객의 소중한 정보를 보호하지 못했을 때 지불해야 할 대가가 얼마나 막중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보상 수준을 1인당 총 10만 원 상당으로 책정한 배경에 대해 위원회는 과거 발생했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들의 판례와 조정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유사 사고 시 인정되던 보상액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피해 소비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현금성 포인트와 요금 할인을 병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고의 피해 규모가 약 2,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됨에 따라, 만약 SK텔레콤이 위원회의 결정을 전면 수용할 경우 총 보상 규모는 약 2조 3,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소비자 분쟁 조정 역사상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배상액으로, 통신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번 조정결정서를 SK텔레콤 측에 공식 통지한 상태다. SK텔레콤은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회신해야 한다. 만약 사측이 기한 내에 별도의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이번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되어 즉각적인 보상 절차가 개시되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2조 원이 넘는 막대한 보상 비용 부담을 이유로 조정을 거부하고 정식 소송으로 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전격적인 수용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향후 다른 기업들의 개인정보 관리 체계와 사고 발생 시 대응 매뉴얼에도 중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