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았던 변호사들이 세무사의 핵심 업무인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18일 변호사들이 제기한 세무사법 제20조의2 제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심판의 대상이 된 조항은 2004년부터 2017년 사이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보유하게 된 변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이들은 세무대리 업무 중 장부 작성 대행(기장 업무)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장부 작성 대행은 납세자의 회계 장부를 대신 기록하고 관리하는 업무이며, 성실신고 확인은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의 적정성을 세무 전문가가 검증하는 절차다.
헌재는 변호사에게 해당 업무를 금지한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다수의 재판관은 세무 대리의 핵심인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가 단순한 법령 해석을 넘어 전문적인 회계 지식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변호사 자격시험에는 회계 관련 과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모든 변호사가 일반 세무사와 동등한 수준의 회계 업무 능력을 갖추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헌재는 부실한 세무 대리로 인한 납세자의 피해를 방지하고 세무 행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공익적 목적이 변호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일반 세무사와 같은 수준의 업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적 결단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동안 변호사 업계는 이번 제한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박탈한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세무 업무의 근간이 되는 회계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었으나,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세무사와 변호사 간의 오랜 업역 다툼은 세무사 제도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세무사회는 이번 결정을 두고 세무사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과 전문성이 공인된 역사적 판결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률 전문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어, 향후 관련 제도의 세부적인 운용 방식과 보완책을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