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기록적인 고환율 현상이 맞물리면서 커피와 소고기, 과일 등 주요 수입 식품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나드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먹거리 물가가 서민 가계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수입물가지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커피의 수입물가지수는 기준 시점인 2020년(100) 대비 달러화 기준 307.12, 원화 기준 379.71을 기록했다. 이는 커피 국제 시세 폭등으로 인해 달러 기준 수입 단가가 5년 전보다 3배가량 오른 것에 더해, 가파른 환율 상승분까지 반영되면서 원화 환산 가격은 5년 사이에 거의 4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폭등했음을 의미한다.
환율에 따른 물가 가중 현상은 다른 주요 품목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입 소고기의 경우 지난 5년간 달러 기준 가격 상승 폭은 30% 수준이었으나, 원화 기준으로는 60.6%가 올라 상승 폭이 두 배에 달했다. 치즈 역시 원화 기준으로 약 90% 급등했으며, 과일은 30.5%, 주스 원액은 무려 120.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보다 국내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 압력이 훨씬 더 가혹했던 셈이다.
이러한 물가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2022년 이후 가속화된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우상향 곡선이 꼽힌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1,100원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2022년 1,200원대 후반으로 급등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올해 들어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단가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국내 수입 원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어 식품 가공업체와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수입 물가 상승이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외식 물가를 밀어 올리는 "밀크플레이션"이나 "런치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밀과 옥수수 등 사료 및 가공용 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환율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년 상반기에도 먹거리 물가의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 수입 식품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연장과 유통 구조 개선 등 다각도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 경제 여건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워낙 큰 상황이라 실질적인 물가 억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통화 및 수급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