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발맞추어 한의약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될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최종 심의 및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초고령사회의 돌봄 수요 충족과 인공지능(AI)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한의약 정책에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확정된 종합계획은 한의약 일차의료 강화, AI 기반 디지털 전환, 산업 및 글로벌 경쟁력 확대, 인프라 확충 등 4대 핵심 목표를 설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사회 내 한의약의 역할 확대다. 정부는 어르신들의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 증진을 위해 "어르신 한의 주치의"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한의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검토 단계에 착수했다. 이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연계하여 방문 진료와 재택 의료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 비전과 전략. 복지부 제공]
특히 이번 계획은 한의약의 현대화와 과학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는 문진 결과나 음성, 영상 등 그간 정형화하기 어려웠던 한의약의 비정형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임상 용어의 표준 코드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의료데이터망인 "건강정보고속도로"와의 연계를 추진하여 한의약 데이터의 공익적 활용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진단 기기와 치료 기기 개발 지원은 물론, AI를 활용한 맞춤형 돌봄 서비스 모델도 마련하여 한의약의 과학적 신뢰도를 한 차원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업 및 글로벌 시장을 향한 확장 전략도 구체화되었다. 한의약 기업의 창업부터 제품화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우수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에는 별도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된다. 또한 "K-메디슨(K-Medicine)" 브랜드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 환자 유치와 한의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며,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한의약의 국제 표준 개발 및 공적개발원조 사업도 체계화할 예정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한약재의 수급 안정과 안전 관리 체계가 강화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한약재의 국산화를 위해 우수 품종을 확보하고 신기술 재배법을 보급하는 한편, 규격화된 한약재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또한 한약 조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이용탕전실의 운영 기준을 정립하고 평가 인증 제도를 법제화하여 한약의 품질 신뢰도를 제고할 방침이다. 한의사와 한약사 등 전문 인력의 교육 체계 정비와 전문 과목 개편을 통한 인적 역량 강화도 이번 계획에 포함되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한의약이 현대 의료 체계 내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5차 종합계획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 및 유관 부처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획은 한의약이 전통적인 진료 방식을 넘어 첨단 기술과 결합한 현대적 의료 서비스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