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 정책과 전 세계 교역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중대한 법적 판단이 연방대법원의 손에 달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부과해 온 광범위한 관세가 위법이라는 항소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최종 상고를 결정하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든 관세 전쟁의 정당성이 최고 사법기관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의 존폐는 물론, 향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관련 권한 범위에 대한 선례를 남길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법적 다툼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해석 문제다. 앞서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8월 말, "IEEPA가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 시 수입을 규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사실이나, 의회의 고유 권한인 관세 부과, 즉 조세 징수 권한까지 위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대통령이 행정명령만으로 사실상의 세금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는 하급심의 판단을 재확인한 것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적대국 자산 동결이나 금융 제재 등에 주로 사용됐을 뿐, 이처럼 포괄적인 관세 부과에 동원된 전례가 없다는 점이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했다. 법무부는 상고장에서 "하급심의 판결이 확정될 경우 미국의 무역 협상력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며, 각국이 미국의 경제를 볼모로 무역 보복에 나설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정부는 관세가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로잡는 필수적인 도구임을 강조하며 사법부의 개입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관세의 힘이 없었다면 미국은 존중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판결이 유지된다면 이는 미국에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경제적 파급력은 극과 극으로 갈릴 전망이다. 만약 대법원이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의회의 견제 없이 관세 정책을 무역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항소법원의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현재 평균 16%를 웃도는 관세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며, 그동안 징수한 막대한 규모의 관세 수입을 기업들에 환급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미 월스트리트에서는 판결 이후 기업들이 관세를 돌려받을 권리인 "관세 환급권"이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는 등 천문학적인 돈의 향방을 둘러싼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소송을 경제적 파급력 측면에서 대법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결정은 단순히 하나의 행정명령의 위법성을 따지는 것을 넘어, 미국 헌법이 규정한 행정부와 의회의 권력 분립 원칙과 향후 수십 년간의 국제 통상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전 세계가 미국의 사법부를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