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오는 9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공식 통보했다. 특검팀은 서희건설의 고가 명품 뇌물 공여 의혹과 관련해,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임명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소환 배경을 명확히 밝혔다. 이로써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 하나인 '매관매직' 의혹에 대한 수사가 당시 국정 2인자였던 한 전 총리를 직접 겨누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소환의 핵심은 박성근 전 비서실장의 임명 과정에 부당한 청탁이 실제로 작용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있다. 박 전 실장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사위로,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대선 직후 김건희 여사 측에 수천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 앤 아펠' 명품 목걸이를 전달하며 사위의 공직 임명을 청탁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한 바 있다. 특검은 이 목걸이가 단순한 선물이 아닌, 박 전 실장의 총리 비서실장직을 대가로 한 뇌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특검은 한 전 총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박 전 실장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추천 과정, 그리고 당시 대통령실과의 교감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한 전 총리가 과거 기자간담회에서 "비서실장 인사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어 대통령이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며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인사였음을 시사한 바 있어, 이 발언의 진위와 배경 역시 주요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당시 검찰 출신인 박 전 실장이 특별한 인연이 없던 한 전 총리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특검은 임명 결정 과정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 전 총리의 진술 내용에 따라 수사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박 전 실장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나 압력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수사는 곧바로 대통령실과 김 여사를 향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반면, 한 전 총리가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임명이었다고 진술할 경우, 특검은 이봉관 회장의 자수서 내용과 다른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한 전 총리의 소환은 이번 특검 수사가 단순히 김 여사 개인의 비위 의혹을 넘어, 전 정부의 국정 운영 시스템과 인사 검증 체계의 문제점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인물이 인사청탁 의혹의 참고인으로 특검 조사실에 출석하게 되면서, 수사의 파장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 전 총리가 특검 조사에서 어떠한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