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토종 에이스 류현진이 마운드 위에서 펼쳐진 고독한 싸움 끝에 시즌 9승째를 수확하며 팀의 선두 추격에 강력한 동력을 더했다. 류현진은 지난 17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5이닝 동안 8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2실점으로 호투,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초반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3연승을 질주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의 위용을 되찾았다.
경기 내용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류현진 스스로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다른 날보다 컸다. 실투도 많았다"고 인정할 만큼 제구가 평소보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총 투구 수가 많아지며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화는 과거와 달랐다. 류현진은 "5회에도 좋은 수비가 나와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견고해진 내야 수비와 활발한 타선의 지원은 에이스가 다소 고전하는 날에도 팀이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다. 1위 LG 트윈스를 2.5경기 차로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에 대해 류현진은 "괜찮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선수들이 편안하게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 야수들이 너무 잘해준다. 투수들은 힘이 난다"고 말하며, 9월 들어 완벽한 공수 조화를 이루고 있는 팀의 상승세를 높이 평가했다. 수년간 홀로 팀의 마운드를 지탱하며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 그에게 지금의 상황은 최고의 선물이자, 대업을 향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이제 시선은 시즌 막판 운명의 3연전으로 향한다. 한화는 오는 26일부터 선두 LG 트윈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류현진 역시 이 3연전 중 한 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류현진이 이 경기에서 승리하여 시즌 10승을 달성한다면, 한화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10승 이상 선발 투수 4명(코디 폰세 17승, 라이언 와이스 16승, 문동주 10승)을 배출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 두 팀이 동시에 이 기록을 달성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류현진은 "어느 순간에 나가도 다 똑같다. 우리는 LG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이라며 베테랑다운 침착함을 유지했다. 개인의 2년 연속 10승과 팀의 역사적인 기록, 그리고 대역전 우승이라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향한 그의 마지막 등판에 모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