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명령 불복종'을 군인의 본분과 헌법적 가치를 지킨 영웅적 행위로 인정했다. 국방부는 12·3 내란 사태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당시,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휘관의 명령을 거부한 박정훈 해병 대령과 조성현 육군 대령 등 총 15명을 '헌법적 가치 수호 유공자'로 선정해 포상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군 조직의 최우선 가치인 '상명하복'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포상자 명단에는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두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포함됐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부당한 외압에 맞서 군인의 양심을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게 됐다. 또한 12·3 내란 사태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었던 조성현 대령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지시로 병력의 서울 도심 진입을 막아 국민과의 충돌을 막은 공로로 보국훈장 대상자로 선정됐다.
함께 보국훈장을 받는 김문상 육군 대령은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병력의 국회 진입을 위한 긴급비행 승인을 세 차례 거부해 42분간의 시간을 벌었고, 이는 국회가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형기 육군 중령 역시 불법적인 출동 명령을 따르지 않고 국가적 혼란을 막은 공적이 인정됐다. 이들 외에도 출동 부대에 대한 탄약 지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소극적 저항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 장병 11명이 정부포상 및 국방부 장관 표창 대상에 올랐다.
국방부는 지난 7월부터 위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군인을 발굴해 포상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국방부는 법률·학계 전문가가 포함된 민간위원 중심의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고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번 포상을 계기로 불의를 배격하고 헌법적 가치에 따라 위법·부당한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는 참군인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군인에게 '맹목적 복종'이 아닌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판단'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적 정신을 군 내부에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향후 군 문화에 미칠 파장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