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핵심 일정인 청문회에서 새로운 사실 규명 없이 여야 간의 거친 정치 공방으로 막을 내렸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책임론과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두고 여당은 총공세를 펼쳤고, 야당은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며 정면으로 맞섰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국정조사의 본래 취지는 실종되고 정쟁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는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등 25명의 증인과 참고인이 출석했지만, 여야는 기존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범여권 의원들은 참사 발생 직전 4차례의 위험 경고 전화를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충북도청 공무원 A씨를 집중 추궁하며 위증죄 고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이동옥 행정부지사가 대통령실 민정비서관 재직 시절 검찰의 김 지사 불기소 처분에 관여했다는 '배후설'까지 제기했다. 채 의원은 "김 지사의 무혐의를 돕고 부지사 자리를 차지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는 참사 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자체 최고 책임자인 김 지사에게 묻고, 이를 덮어준 검찰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재점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음모론"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제보만으로 사실 확인도 없이 국회 석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직격했다. 주호영 의원 역시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 수사 결과 이외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단체장에게 추상적인 의무 위반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결국 이날 청문회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파고들기보다, 상대 진영의 정치적 책임을 부각하려는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진상 규명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출범한 국정조사가 뚜렷한 성과 없이 유가족과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긴 채 마무리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