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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규정 효력 상실에 따른 입법 공백 사태와 상속 분쟁의 새로운 국면

김희원 기자 | 입력 26-01-11 10:01



2026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상속 제도에 전례 없는 법적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관련 조항에 대해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의 입법 시한이 지난 연말을 끝으로 종료됐으나, 국회가 대체 입법 마련에 실패하면서 유류분 반환 청구의 근거가 되는 민법 제1112조 등의 효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언에 의한 특정 상속인으로의 재산 몰아주기, 이른바 "몰빵 상속"을 제어할 법적 장치가 사라지며 일선 현장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유류분은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우자와 자녀 등 법정 상속인이 최소한으로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는 지분이다. 당초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부양 의무를 저버리거나 패륜 행위를 저지른 상속인에게까지 유류분을 보장하는 현행법이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2025년 12월 31일까지 상속권 상실 사유 등을 명시한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에 주문했다.

문제는 국회가 정쟁에 함몰되어 입법 시한을 넘겼다는 점이다. 올해부터는 배우자나 자녀라 할지라도 고인이 유언을 통해 재산을 특정인에게만 남겼을 경우, 이에 대해 자신의 몫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예컨대 남편이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만 준다는 유언을 남겼을 때, 과거라면 아내와 딸이 법정 상속분의 일부를 청구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기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입법 부작위의 여파로 전국의 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유류분 관련 소송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사법부 역시 유류분 비율을 정한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서 판결을 내릴 기준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재판부는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미루고 있으나, 올해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건의 경우 소 제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등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유류분이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지면서 상속 분쟁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는 상속인들이 재산을 되찾기 위해 유언장 자체의 효력을 부정하는 "유언무효확인소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언 당시 고인의 정신 상태나 유언장의 형식적 요건 등을 문제 삼는 소송이 급증하면서 가족 간의 법정 다툼은 이전보다 훨씬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유기·방임된 자녀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올해부터 시행되어 일부 보완책이 마련되긴 했으나, 이는 상속권 "박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반적인 유류분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입법 공백기 동안 발생한 상속 사건에 대해 향후 개정 법안이 소급 적용될지 여부도 불투명해 재산권 침해에 대한 헌법적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회의 직무유기가 평범한 가정의 상속 갈등을 부추기고 법적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류분 제도가 현대판 불효자 양성법이라는 지적을 넘어, 이제는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태에서 가족 공동체의 유대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조속한 입법을 통해 기준을 바로잡지 않는 한, 상속 현장의 대혼란과 법치주의의 공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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