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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우자와의 관계 행복한 노년 하지만 "황혼이혼 역대 최고점"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1-13 15:26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은 더 이상 삶의 끝자락이 아니라 또 하나의 긴 인생 구간이 됐다. 문제는 이 시간을 누구와, 어떤 관계로 살아가느냐다. 통계청과 법원 자료를 보면 20년 이상 혼인 생활을 유지하다가 이혼을 선택하는 이른바 ‘황혼이혼’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자녀 독립 이후 비로소 마주한 배우자와의 거리, 수십 년간 쌓인 감정의 골이 노년의 문턱에서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많은 부부가 “그동안 아이 때문에 참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가 떠난 뒤 남는 것은 침묵과 무관심, 혹은 서로에 대한 오해다. 황혼이혼의 상당수는 큰 배신이나 사건이 아니라, 대화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서로의 하루를 모른 채 각자의 세계에 갇혀 지내온 결과다.

노년의 행복은 거창한 이벤트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매일 10분, 배우자와 눈을 맞추고 하루의 일상을 나누는 것. “오늘 어땠어?”라는 짧은 질문 하나가 관계의 온도를 지킨다. 말이 길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들으려는 태도’다. 판단하거나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저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다시 숨을 쉰다.

일주일에 한 번, 함께 산책을 하거나 작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걷는 속도를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꾼다.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시간을 보내며, 부부는 다시 ‘팀’이 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수록 과거의 갈등은 현재의 경험으로 덮인다.

황혼이혼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관계는 관리하지 않으면 소모되지만, 돌보기 시작하면 회복된다. 노년의 행복은 경제적 안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의 10분 대화와 주 1회의 함께하는 시간, 그 작은 실천이 황혼이혼의 갈림길에서 노년의 방향을 바꾼다. 결국 행복한 노년은 오래 함께 산 결과가 아니라, 끝까지 서로를 선택하는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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